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빚 많으면 점수 더 주는 종편심사기준 말이 되나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방송통신위원회가 2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세부심사기준안 가운데 총자산(총자본+총부채) 증가율 항목이 포함돼 물의를 빚고 있다. 부실한 경영으로 빚을 늘린 예비사업자가 재무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터무니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어제 열린 공청회에서도 재무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방통위는 심사 항목 중 가장 높은 배점(1000점 만점에 90점)이 부여된 '주요 주주들의 재정 능력' 세부 항목으로 자기자본 순이익률, 부채비율, 총자산증가율 등 세 가지를 제시하고 각각 30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총자산증가율을 여기에 포함시킨 것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다. 총자산은 빚을 많이 낼수록 그 규모가 커지는 결정적 맹점이 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일순간에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 실제 일부 예비사업자들의 경우는 경영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 자본총계가 감소했음에도 차입금을 대규모로 끌어들였거나,갑자기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덩치를 키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빚을 내지 않고 자산재평가도 하지 않으면서 견실하게 경영을 해온 기업이 당연히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심사기준이라면 그것은 잘못돼도 아주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총자산증가율이 심사기준으로 채택된 것은 지금까지 거의 없던 일이다. 경인방송, 경남민방, IPTV 사업자를 선정할 때는 총자산증가율이 아니라 매출액증가율이 적용됐다. "자기자본 순이익률은 수익성, 부채비율은 안정성, 총자산증가율은 성장성을 평가하는 척도"라는 게 방통위 설명이지만 성장성을 평가하려면 총자산이 아니라 매출액증가율을 적용하는 게 훨씬 타당하다. 매출액이 줄어도 늘어난 차입금으로 인해 총자산이 증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따질 때 매출액 증가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관례를 생각해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총자산증가율을 새로운 심사기준으로 도입한 것은 아무런 명분도 설득력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이번 세부심사 기준안에 대해 재무구조가 열악한 일부 예비사업자들의 사정을 봐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임은 물론이다.

    방통위는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8일 또는 9일께 세부심사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통위가 특정 예비사업자를 지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성장성에 대한 평가 항목은 반드시 다른 것으로 바꿔야 마땅하다. 방송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종편사업자 선정 과정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ADVERTISEMENT

    1. 1

      脫법정화폐 전성시대…금·은 고공행진 계속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금과 은의 국제 가격이 마침내 트로이온스당 각각 4500달러, 7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은이 120%로 압도적이다. 다음으로 한국 주식(코스피지수) 75%, 금 70% 순이다. 한국 투자자가 국장(국내 증시)과 금에 투자했다면 올해 큰 수익을 냈을 것이다.금과 은은 전쟁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질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추천돼왔다. 미국 국채와 달러화 위상이 크게 약해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최후 보루’(final draw)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였다. 실질 가치가 매장량 한계 등으로 보전돼 있는 점을 들어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때마다 헤지 수단으로 선호됐다.올해 금과 은 가격은 지정학적 위험, 인플레이션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세계지정학적지수(WGI)와 금 가격 간 상관계수를 보면 작년 말 0.8에서 올해 들어 0.3 내외로 떨어졌다. 지난 9월 이후 세계물가지수(WPI)와 금 가격 간 상관계수는 아예 마이너스로 전환했다.2011년 미국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종료 이후 금은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에서 1060달러, 은은 30달러대에서 14달러대로 폭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셧다운이 최장기로 길어졌음에도 종료 이후 급등하고 있다. 금과 은 가격이 전쟁과 물가, 국가 부도 여부와 관계없이 오르는 것은 가격 결정 요인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뉴노멀’이란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금과 은값을 올리는 요인으로는 탈(脫)법정화폐 거래가 우선 꼽힌다. 법정화폐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중앙은행의 양대 기능이 확고해야 한다. 하나는 법정화폐 독점 주조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물가 안정 목표가 잘 지켜져야 한다.올해 미국 중앙은행(F

    2. 2

      [시론] 포퓰리즘으론 원화 가치 못 지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위협하다가 지난주 정부의 구두 개입 이후 14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환율이 의미 있게 하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보인 달러당 900원대 환율은 물론 1300원대 환율조차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그럼에도 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으며, 최근 환율 상승은 투기 세력 때문에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 이는 환율 상승의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보는 편협한 시각이다.한국과 미국의 펀더멘털을 단순 비교해봐도 그 격차는 분명하다.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2% 안팎 성장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역시 한국은 연 2.5%지만 미국은 연 4.0~4.5% 수준이다. 굳이 한·미 관세협정에 따른 연간 200억달러 유출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성장률과 금리 모두에서 한·미 간 격차는 두 배에 가깝다. 이는 자본 이동과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더 큰 문제는 이런 격차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 그리고 장기간 지연된 구조개혁 때문에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산업·노동·연금 전반의 구조조정이 멈춰 선 사이 경제의 기초체력은 약해졌는데,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진단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따라서 최근의 환율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 약화 속에서 미래의 환차익을 기대한 구조적 자본 이동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3

      [사설] 예산처장관 이혜훈 파격 지명, 재정 파수꾼 역할 기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3선 의원 출신인 이혜훈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중구·성동을)을 깜짝 지명했다. 20년 이상 보수 정치권에 몸담아 온 경제통 발탁은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의외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파격적이다.20곳이 넘는 정부 부처 중 한 곳의 장관을 지명한 데 불과하지만 함의가 만만찮다. 재정의 역할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인 만큼 진보적 인사가 지명될 것이란 하마평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가채무는 나라 운명과 직결된다’며 경제시스템 개혁, 합리적인 복지 지출을 강조해온 주류 경제학자 출신을 선택했다. 비주류 정치인 출신 대통령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경제에서만큼은 협치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외환시장 안정이 내년 경제의 급박한 화두로 부상하고 국가부채 급증에 대한 해외의 의구심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재정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시점에 미국 경제학 박사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정 및 사회보험 분야를 주로 연구한 장관 후보자 지명은 시장 심리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후보는 정치 입문 후에도 재정·예산·조세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정 지속성, 단계적 복지 확대에 방점을 두고 활약해 왔다.주가가 오르고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등 우리 경제는 최악의 위기를 벗어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환경 급변으로 위험 요인도 동시에 급증한 상황이다. 예산 기능 분리 후 기획재정부가 거시 관리에 허점을 노출하고 정치권과 용산에 휘둘리는 인상을 주며 시장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책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친박’에서 탈퇴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