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뇌사가 사망은 아니지만 폭행과 사망 인과관계 충분

친구에게 맞아 뇌사상태에 빠진 피해자가 장기를 기증하면서 숨졌다면 가해자인 친구에게 어떤 죄를 물을 수 있을까.

강모(48)씨는 올해 7월 23일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술에 취해 친구 이모(46)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후송된 이씨는 뇌출혈 등으로 4일만에 뇌사판정을 받았다.

이후 가족의 동의로 주요 장기를 기증하면서 이씨는 같은 날 숨을 거뒀다.

검찰은 뇌사판정 때 이미 이씨가 숨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강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고, 예비적으로 중상해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그러나 강씨의 변호인은 뇌사가 형법상 사망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구남수 부장판사)는 29일 "부검결과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장기 기증을 하지 않았더라도 2주 안에 심장정지에 이르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라면서 "뇌사상태에 빠진 피해자가 조만간 사망에 이를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상 피고인의 폭행과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

"라며 상해치사죄에 대한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뇌사자가 장기적출로 사망한 때는 뇌사의 원인이 된 질병 또는 행위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형법상 뇌사자의 사망시기를 뇌사판정때로 볼 수는 없다"라며 뇌사판정을 사망으로 본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현장의 혈흔을 제거하는 등 범행을 감추려 했고 범행을 반성하지도 않고 있다"라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