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소집돼 합숙 훈련에 돌입한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금메달을 따는 게 대표팀의 1차 목표지만 내로라하는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전으로 뛰는 것은 선수 개인으로서도 큰 영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아는 코칭스태프도 주전과 백업 요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방안을 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 타선에서 주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자리는 중견수와 톱타자다.

대표팀의 외야수는 총 5명. 이 중 김현수(두산)가 좌익수를 차지하고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붙박이 우익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은 이종욱(두산), 이용규(KIA), 김강민(SK) 등 3명이 중견수 한 자리를 놓고 다퉈야 하는 상황이다.

3명 가운데 국제대회 경력이나 국내 프로야구에서의 성적 등을 고려할 때 이종욱과 이용규가 한 걸음 앞섰다.

포스트시즌에서 절정의 타격 감각을 과시한 이종욱과 이달 중순부터 팀 마무리 훈련에 참가한 이용규는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조범현 대표팀 감독도 "두 선수의 페이스가 워낙 좋다.

한 명을 주전으로 꼽지 않고 컨디션을 봐 가면서 두루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이종욱과 이용규는 2루수 정근우와 톱타자 자리를 놓고 다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테이블 세터인 1, 2번에 포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타격 기계' 김현수가 2번으로 전진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김현수는 상대의 선발 투수의 스타일을 감안해 클린업트리오인 추신수, 김태균, 이대호의 앞뒤인 2번이나 6번에 기용된다.

조 감독은 "김현수의 타순 변화를 포함해 3종류 정도의 타순을 마련해 뒀다"라고 말했다.

하위 타순에는 포수 박경완, 3루수 최정, 유격수 손시헌이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포수 강민호, 3루수 조동찬, 유격수 강정호는 백업요원으로 주전을 노리며 뒤를 받치게 된다.

다만 강민호는 "나는 (약체인) 홍콩이나 파키스탄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박경완의 발목이 워낙 좋지 않은 탓에 중요한 경기에서도 투입될 수 있다.

조동찬(삼성)과 강정호(넥센)는 내야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게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28일에도 2루수, 3루수, 유격수 포지션을 돌아가며 훈련했다.

또 김현수도 외야수와 1루수 수비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김태균과 이대호가 1루수와 지명타자를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김현수가 1루수로 투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수의 경우 에이스 류현진(한화)만 내달 13일 대만과 첫 경기 및 결승전 선발로 유력할 뿐 나머지 경기의 선발은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4강의 경우 상대가 중국이냐 일본이냐에 따라 투입될 선발 투수가 달라질 수 있다.

왼손 양현종(KIA), 봉중근(LG), 오른손 윤석민(KIA)이 4강 선발은 물론 결승전과 대만과 첫 경기 등에서 불펜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김시진 대표팀 투수 코치는 "특히 4강에서는 선발이 5~6회 이상 던져 줘야 마운드 운용이 수월해진다"라고 설명했다.

김명성(중앙대), 임태훈(두산) 등은 홍콩, 파키스탄 등 약체와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완투에 가깝게 던지며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