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은 국내 분유시장 1위 업체다. 지난 상반기 시장점유율이 51%에 달했으며,하반기 들어 점유율이 더 높아져 지난달 58% 선까지 올라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일반 우유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으로 서울우유(점유율 38% 내외)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발효유 시장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불가리스' '이오' '떠먹는 불가리스' 등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시장점유율이 30% 선까지 올라 한국야쿠르트에 이어 2위다.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운 적극적인 시설투자와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 개발에 나선 결과라는 지적이다.

다만 남양유업이 주력하고 있는 유제품의 주요 수요층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유제품 시장이 극심한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자금력과 제품 경쟁력 '탄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현재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대여금 등을 합한 남양유업의 동원 가능한 현금 규모는 4230억원에 이르고 있다. 시가총액이 4500억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자금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남양유업은 이 자금을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08년 1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나주에 첨단 생산시설을 세웠으며 지난 상반기엔 충남 공주에 200억원을 들여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1992년 발효유 불가리스를 시작으로 프렌치카페(컵커피) 맛있는우유GT(우유) 17차(혼합차) 드빈치치즈(치즈) 앳홈(주스)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이 결과 2000년 6219억원이던 매출은 2005년 7944억원,지난해엔 1조89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분유 점유율이 올라간 데다 '떠먹는 불가리스' 등의 판매 호조로 매출이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카자흐스탄 대만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내핍'에 가까울 정도의 실속경영을 하는 것도 장점으로 지목된다. 김봉기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위원은 "금융권 부채가 하나도 없고 자금이 풍부한 데도 본사 건물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임원수도 최소화하면서 오너 친 · 인척이 회사 경영 및 관련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출산율 저하 및 유제품 시장 포화가 '복병'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최근 유엔인구기금과 공동으로 발간한 '2010 세계인구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세계 평균(2.52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 186개국 가운데 홍콩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이어 세 번째로 출산율이 낮았다.

이는 분유 등 유제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남양유업에 리스크 요인이다. 분유 등을 먹는 유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분유시장 규모는 2000년대 초반 3500억원에서 지난해 2500억원 선으로 작아졌다. 남양유업 전체 매출 가운데 분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전의 25% 선에서 올해 15%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지적이다. 우유 등 유제품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도 남양유업에는 부정적이다. 2005년 7.3%에 달했던 남양유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007년 4.2%에 이어 지난해 3.0%로 떨어진 것이 격화되고 있는 시장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