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투자 79% 증가에도 `미흡' 주장도

정부가 제2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 확정한 내용에는 의욕만큼 사회적 현실과 재정적 여건이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이 녹아있다.

확정된 2차 기본계획은 야심 차게 내놓았던 육아휴직 급여의 정률제 도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미흡했던 각종 과제를 보완하고 추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계획은 이에 따라 초안의 육아휴직 급여 정률제 도입과 보육료ㆍ교육비 전액지원 대폭 확대, 양육수당 확대 외에도 당초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던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전업주부, 결혼장려 정책, 고령화 대책 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정부 관계자는 "양육형태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하고 결혼과 출산, 양육에 있어 출발선상의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투자 79% 증가 = 그나마 정부가 1차 계획보다 예산투자를 79% 늘려 75조8천억원을 투입키로 한 것은 그만큼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물로 해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 계속되고 있으며 고령화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급격한 인구변동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추세가 지속되면 오는 2017년에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며 2019년에는 총인구가 감소하는 등 향후 10년안에 인구변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2차 기본계획을 `최우선적인 국정과제'로 꼽으며 기본계획의 231개 과제들에 대해 향후 추진상황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점검해 미흡한 분야를 보완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저출산 분야에 1차 계획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9조7천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고령화 분야에 79% 증가한 28조3천억원을, 성장동력 분야에 17% 늘어난 7조8천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특히 당장 내년에는 보육료 및 교육비 전액지원 대상자가 확대되고 육아휴직 정률제가 도입됨에 따라 올해보다 13.7% 늘어난 14조1천억원이 투입되며 이어 2012년 14조6천억원, 2013년 15조2천억원, 2014년 15조7천억원, 2015년 16조2천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윤흥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5년간 19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썼다고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며 필요하다면 증세를 해서라도 예산 문제에서 전향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근로자 육아지원은 평가할만 =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핵심으로 여성 근로자의 육아 여건 개선을 꼽은 점은 평가해줄만 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확대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맞벌이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하고 직장 생활을 유지하면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육아휴직 급여에 대한 정률제를 도입, 휴직에 따른 임금 손실보전 확대하는 것 외에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지급,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 등이 도입됐다.

직장인들이 경력단절 없이 자녀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의 확대가 일-가정 양립을 위한 핵심제도인 만큼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책방향이 육아휴직으로 잡히는 것은 타당하다.

또 시안대로 보육비 지원을 위한 부부소득 산정기준도 부부합산 소득의 25%를 감액하는 것으로 완화되는 한편 보육시설 활성화를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의 우선 입소권이 부여되고 보육시설 운영시간도 반일제, 종일제 등으로 다양화된다.

당초 2012년부터 보육료 전액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50%에서 소득 하위 70%로 확대키로 했으나 계획안은 이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고 다문화가정 아동에 대해서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전액 지원해주기로 했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이 돌보미(베이비시터) 제도화와 초등돌봄교실 확대 등 취학아동에 대한 방과후 돌봄서비스 지원 확대도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한 전문가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의 핵심을 여성 근로자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 교육, 금융, 재정 분야별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흡" 지적도 = 이런 정부의 막대한 재정투자와 강력한 의지 피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재앙을 가져올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으로선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한다.

확정된 2차 기본계획은 시안에서 미진했다고 지적된 점을 면피하는데 급급했다.

실제 결혼, 또는 임신, 출산 여부를 고민하는 젊은층, 그리고 노후준비에 목매는 노년층을 끌어안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10일 제2차 기본계획 시안이 발표됐으나 `매우 부족하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노동계와 여성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예산 협의를 벌여왔다.

이를 통해 일부 과제가 추가로 보완됐으나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내용을 넘어서 획기적인 내용을 내어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랄 수 있는 사교육비 문제는 아예 빠져 있다.

신혼부부에 주어질 수 있는 국민임대주택 미임대분도 지금 현재로선 거의 남아있지 않고 국민임대주택의 주거 기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부족하다.

결혼한 지 1년6개월 된 고모(34)씨는 "임대주택 단지가 슬럼화되고 있다는데 실제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살려고 할지가 의문"이라며 "임대주택에 대한 원천적인 고민부터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대출에 대한 무주택 제한 폐지, 대출에 대한 소득자격요건 완화 등도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적 대책이 될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의 육아휴직에 따른 근로기간 연장 역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노사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지역사회의 유휴시설을 활용한 `공동육아나눔터'의 확대나 이미 확대키로 한 국공립대학 여성교수의 임용비율 목표의 확정은 다른 획기적인 대책을 찾기 힘든 정부 고민의 한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부가 기업부담을 경감해준다는 취지로 직장보육시설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의 명단 공개를 1년간 유예해주기로 한 것도 아쉽기만 하다.

이밖에 나머지 예산이 들어갈 만한 과제들도 `추진'과 `검토'로 점철돼 있다.

그간 예산을 놓고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던 만큼 언제든 여론의 관심이 멀어질 기미만 보이면 쉽게 `과제'에서 탈락할 개연성이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