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지난 주말 경주에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로 이행'을 합의함에 따라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다음 달 초 대규모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하면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6원70전 내린 1116원30전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한국 주식을 사들인 데다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되는 쪽으로 환율제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환율을 비교적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G20 회원국들이 통화가치 절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 약세로 기울었으며 원화가치는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 · 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점인 1104원10전(4월26일)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간 원화가치가 오르긴 했지만 다른 국가 통화와 비교해 절상폭이 크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시장개입 자제 합의와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보면 1100원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실질실효환율 등을 기준으로 적정 원 · 달러 환율은 1030~1080원이라고 분석했다. 원 · 달러 환율의 하락폭을 결정짓는 변수는 다음 달 초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른 변수는 한국 정부의 외국자본 유입 억제책이다. 현재 정부는 외국인의 국내 채권 매입 때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과 단기 외화차입 때 분담금을 매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외국인의 채권 매입 때 과세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 나오자 원 · 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뛰기도 했다. 일각에선 환율 하락 요소와 환율 상승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어 변동폭은 오히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