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국처럼 성장하고 싶습니다. 삼성,LG 같은 세계적인 한국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기를 원합니다. "

지구촌 반대편에 있는 남미(남아메리카) 지도자들 사이에 '한류'(韓流)가 물결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이다.

이들은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지난 20~22일 비영리 국제민간기구인 지구촌평화축제재단(GPFF) 주최로 열린 '글로벌 평화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형 개발모델을 남미 개발의 교과서로 삼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호르헤 키로가 전 볼리비아 대통령(50)은 "지난 8월 에보 모랄레스 현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을 보고 크게 놀랐다"며 "50년 전의 한국을 보거나 배운 사람 가운데 올해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바로 그 나라(한국)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시아권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세계의 중심축이 그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 뒤 "한국은 전쟁 후 자동차,IT(정보기술)산업 등에 집중한 결과 빈곤을 극복하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루이스 알베르토 라카예 전 우루과이 대통령(69)은 이번 콘퍼런스 기간 중 한국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따로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우루과이가 남미에서 가장 우수한 IT를 보유한 만큼 이 분야에서 한국과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라과이의 최대 정당인 '콜로라도 ANR'의 릴리안 사마니에고 대표(55)는 "파라과이는 국민의 65%가 30세 미만인 젊은 국가로 한국처럼 교육에 집중 투자해 인적자원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파라과이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한국 기업들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라과이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기도 하다.

루이스 페데리코 프랑코 고메스 파라과이 부통령(59)은 "현대 · 기아차그룹과 삼성,LG처럼 이미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을 보유한 한국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라며 "많은 남미국들이 한국의 노하우를 배워 코리안 드림을 이루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성극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은 이에 대해 "남미권 국가 지도자나 여론 주도층에서 그동안 미국에 의존한 경제구조와 서구식 개발모델이 자국의 경제 성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한강의 기적'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아순시온(파라과이)=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