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990년대 말 이후 10년 동안 진행해온 산업 국유화 정책을 포기하고 완전 민영화를 추진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7.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이날 국영TV에 출연해 "2015년까지 900곳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기 위한 계획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국영기업 자산 매각설은 많이 나왔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는 처음이다. 슈발로프 부총리는 "민영화는 모든 산업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며 "민영화를 통해 정부는 1조8000억루블(약 66조원)의 매각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러시아 정부가 국영기업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한 최소 지분인 '50%+1주'는 남겨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슈발로프 부총리는 이번 계획이 '완전 민영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업체인 로즈네프트와 최대 금융회사인 스베르방크의 보유 주식도 2015년까지 모두 매각해 완전 민영화한다는 방침이다.

AFP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국영기업의 완전 민영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과거 10년 동안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추진했던 국영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완전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정부의 재정적자 때문에 완전 민영화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금융위기 이후 유가 하락으로 석유수입이 줄면서 재정수지도 급격히 악화됐다. 석유 수출이 러시아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구조로 인해 금융위기 발발 이전 3% 이하를 유지하던 GDP 대비 재정적자가 지난해에는 5.9%까지 치솟았다. 경기 위축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 탓이다. 올해는 7.2%에 육박할 전망으로,정부의 억제 목표치인 5%를 훨씬 웃돈다.

슈발로프 부총리는 "민영화 계획에 따라 정부의 재정수지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줄이겠다는 긴축 재정 방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