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9일 청사진 발표를 통해 현대건설을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엔니지어링 분야 선도기업으로 발전시킬 충분한 실력과 자신감을 갖췄다는 점을 공개 선언했다.

그룹 관계자는 "기업 인수 · 합병(M&A) 과정에서 흔히 불거지는 상대방에 대한 헐뜯기 광고 등 네거티브 경쟁이 아니라 재무능력과 경영비전 등 포지티브 경쟁을 통해 인수 적격자가 가려져야 한다는 원칙론에 입각해 현대건설 경영 청사진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재계에서는 최근 TV 및 신문광고를 통한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현대그룹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출 55조원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은 2020년에 현대건설을 수주 120조원,매출 55조원의 글로벌 톱클래스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의 올해 수주 예상액이 22조4000억원,매출 예상액은 10조3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10년 뒤 외형을 지금의 5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민자 사회간접자본(SOC)과 플랜트 개발,신재생에너지 개발,환경 및 민자발전과 이와 관련된 연구 · 개발(R&D)에 10조원을 투자해 시공 위주의 기업을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방침이다.

현대건설의 사업부문을 △해양공간 △화공플랜트 △발전 및 담수 플랜트의 3대 핵심사업과 △주택 △건축 △도로 △국내 부동산개발의 4대 지속사업,△철도(고속철도) △전기차 △해외 원전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환경플랜트의 5대 녹색사업,△스마트그리드 △자원개발 △철강플랜트 △해양플랜트 △해외 SOC △해외 부동산개발의 6대 육성사업으로 나눠 발전시킨다는 세부 계획도 마련했다.

해외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현대 · 기아차가 브릭스(BRICs) 시장에서 일본 도요타에 앞서는 입지를 확보한 만큼 현대건설의 기존 핵심 사업지역인 중동과 동남아는 물론 중남미와 독립국가연합(CIS),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갈 것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자동차 · 철강 · 건설, 그룹의 3대 성장축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와 철강,건설을 그룹의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룹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혁신적인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이 절실하고,현대건설 인수는 이 같은 미래 구상의 밑바탕이라는 설명이다.

미래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 나선 자동차 분야와 밀폐형 원료처리 시스템 등을 통한 친환경화를 이룬 철강 분야에 이어 그린시티와 친환경 빌딩,원자력발전 사업이 가능한 건설 분야가 더해지면 명실공히 '에코 밸류 체인(친환경 가치사슬)'을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신규 고용 창출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9만여명인 현대건설 직 · 간접 고용인력을 2020년에는 41만명으로 늘려 3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이 중 신규 인력 채용비율을 12%(4만여명)로 정해 청년실업 해소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해외 수주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 1,2차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적극 꾀하기로 했다.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크다

현대 ·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캐피탈 등 기존 계열사 역시 현대건설 인수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역설했다. 현대 · 기아차는 현대건설이 배터리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 전기차 시장 조기확대의 혜택을 볼 수 있고,해외 건설사업장에 동반 진출해 상용차 판매를 확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철강 계열사도 현대건설을 통한 철강자재 판매를 늘리고 자재생산과 구조물 제작 등의 연계구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로템과 현대위아는 고효율 친환경 교통수단인 국내외 고속철도 시장에서 현대건설과 동반 진출을 꾀할 계획이고,글로비스는 건설자재 운송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는 현대건설이 시공한 부동산 금융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내다봤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