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減稅) 기준을 놓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 간에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 25만달러 이하 가구(개인은 20만달러)에 대해서만 감세 조치를 계속 연장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 상 · 하원 의원들은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자 과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선거 전략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은행위원장(민주당)은 부시 정부 때 마련한 세금 감면 혜택을 연소득 50만달러 이내 가구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접전이 예상되는 아칸소주의 블란치 링컨 민주당 상원의원은 부자 기준을 100만달러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아칸소데모크래트가제트가 보도했다. 상원 예산위원장인 켄 콘래드 상원의원(민주당)은 앞으로 18개월~2년 동안 어떤 계층에 대한 증세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연방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무당파로 구성한 재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대표적인 재정적자 반대론자이다.

지난달 말에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당 지도부에 당분간만이라도 전 계층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연장해야 한다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미국 정책 연구가인 신 웨스트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이 부자 기준을 100만달러로 높이는 데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백만장자에게 연평균 10만달러의 감세 혜택을 주기 위해 정부가 7000억달러를 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상황에 따라 절충이 가능한 사안이란 지적이다.

부자 기준을 100만달러로 높여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을 대상으로 증세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금정책센터의 로버톤 윌리엄스는 부자 기준을 100만달러로 높이면 과세 기준 대상이 50만가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그대로 25만달러를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과세 대상은 미국 전체가구의 1.7%인 270만가구가 된다.

전문가들은 부자 과세 기준을 높일 경우 '영원히'라는 단서를 달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부자 기준을 높이고 감세를 계속해 적용하는 것으로 법을 만들면 재정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한때 교수로 재직한 시카고대 법대의 토드 헨더슨 교수는 지난주 '트루스 온 더 마켓(Truth on the Market)'이란 경제 관련 블로그에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발효된 세금 감면 혜택이 올해 말로 끝나면 중산층 가정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주목을 끌었다. 시카고대 부속병원 의사인 아내와 연간 25만달러의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더 이상 높은 세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을 집으로 초대할 테니 직접 와서 내가 생각만큼 부자로 살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제안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