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매출 695억원,당기순이익 142억원을 올렸다. 지명도 높은 기업임을 감안하면 외형이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이익이 매출의 20%에 육박해 수익성이 양호함을 알 수 있다. 높은 이익률에서 보여지듯 증권가에서는 안철수연구소를 '작지만 실속있는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기술력이 강하며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95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안티바이러스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이후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시장에서 세계적인 업체인 트렌드마이크로 시만텍 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 백신 'V3'의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배경으로 2003년 이후 연평균 28%의 높은 배당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 네트워크 전반을 관리하는 통합네트워크 보안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늦게 진출했지만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세대 네트워크 통합보안 제품인 '트러스트가드' 제품군이 꾸준한 매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안랩코코넛을 인수해 보안관제 보안컨설팅 등의 통합보안 서비스에도 적극 진출,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올해는 사내벤처를 분사해 노리타운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소셜 네트워크 게임 분야로도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경쟁력으로 점유율 1위 수성

토종 보안회사인 안철수연구소가 세계 유수 업체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높은 기술 경쟁력 덕분이다. 이 같은 기술 경쟁력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에서 비롯된다. 2000년대 들어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 펀러브 코드레드 님다 등 악성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나 2003년 웜바이러스에 의한 인터넷 대란 발생 당시 안철수연구소가 선제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회사는 가장 품질 좋은 컴퓨터 백신으로 인정받고 있는 V3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기 위해 'V3 뉴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한 'V3 인터넷 시큐리티 8.0'은 지금까지 나온 제품 중 가장 빠르면서 강력한 통합 보안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온라인으로 원격관리되는 '클라우드 시큐리티' 개념의 기업용 보안서비스인 '사이트가드'와 중소기업용 보안제품인 'V3 MSS',통합 보안관리 솔루션인 '안랩 폴리시센터4.0' 등 기술력 높은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분야에서도 트러스트가드가 국제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획득한 점을 배경으로 공공기관에 활발하게 공급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해외법인을 설립한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현지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금융권을 대상으로 온라인 보안서비스인 'AOS'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또 게임보안솔루션인 핵쉴드를 유럽 대형 게임업체에 공급, 현지 진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와 함께 V3 제품군이 미국 진출을 시작했고,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는 보안관제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지난해 해외 매출비중은 12.3%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모바일 보안으로 신성장동력 마련

최근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 바람은 안철수연구소에 새로운 기회다. 필연적으로 모바일 보안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이폰과 갤럭시S가 인기를 끌며 지난 8월 말 현재 보급률이 7.5%까지 올랐다. 내년에는 이 수치가 20~30%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1~2년 내 스마트폰과 관련된 모바일 보안소프트웨어의 수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거래와 결제 등이 늘어남에 따라 개인정보와 계좌정보 유출,결제 도용,불법 과금,악성코드 감염 등 모바일 보안과 관련된 경제적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올해를 향후 확대될 모바일 보안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투자의 해로 잡고 있다. 상반기에 모바일 보안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충원했고,안드로이드폰용 모바일 보안엔진은 이미 개발을 끝냈다. 이들 신제품은 국내 금융회사와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에 판매돼 새로 나오는 스마트폰마다 탑재되고 있다.

◆창업주의 경영철학도 기업가치 높여

안철수연구소는 창업주인 안철수 이사회 의장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기업이다. 안 의장이 남다른 행보와 멀리 보는 시선으로 한국 사회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듯 안철수연구소도 이 같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안 의장은 '원칙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지킬 때 의미가 있다'며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과감히 버리고 원칙에 충실하면 당장은 손해인 듯 보이지만,결국 옳은 결정이었음을 알게 된다'는 경영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임에 분명하지만 안철수연구소가 종종 사회적으로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이 같은 경영원칙 때문이다. 2003년 사상 초유의 웜바이러스에 의한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을 때도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일각에서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제품 자체가 공공재 성격이 짙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지만,창업주의 경영철학 역시 무시 못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