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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쌀 인도주의'와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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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對北지원 '남한 의존성'만 키워
    南도 농업구조조정 촉진이 정도
    1930년대 소련의 집단농장은 생산성이 낮아 농민이 거의 굶어죽게 됐다. 이에 소련 당국은 고육지책으로 각 농가에 토질에 따라 0.5~2.5에이커(약 600~3000평)의 사영지(私營地)를 분배해 그들이 먹고 살 식량을 자급하게 했다. 농민은 이 땅에 농가와 농사터를 마련할 수 있지만 상업생산은 못하도록 한 마리의 젖소만 허용하고 사역(使役)용 가축은 기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소련 정부가 '시장의 힘'을 막을 수 없었다. 집단농장에선 게을렀던 농민들은 사영지에선 전력을 다해 일했고,우유 달걀 청과 등 수익성 작물생산에 집중하고 품질을 높여 시장에서 정부공급 농산품보다 훨씬 고가에 팔았다. 사영지는 소련 경작지의 3%에 불과했으나 전 농작물의 32%를 생산했고,토지생산성은 집단농장의 13배,국영농장의 20배에 이르렀다. 1960년대 소련 우유의 30%,감자의 60%,채소의 70%가 이 토지에서 생산됐다고 한다.

    70년 전 소련의 경험은 오늘날 북한이 굶주림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무엇인지를 잘 가르쳐준다. 그러나 북 정권은 과거 이런 해결책을 찾지 않았고 앞으로도 찾을 확률이 거의 없다. 따라서 북한이 금년에 겪는 혹독한 기근은 10년 20년 뒤에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극은 이렇게 인민의 운명을 정권이 꽉 쥐고 있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반면 남한에는 쌀 과잉생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야당과 친북단체들은 "남는 쌀로 북 동포를 왜 안 도와주느냐"며 정부를 맹공한다. 한편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구매증대를 겨냥해서,여당은 쌀값 하락으로 농가의 표가 깎일까봐 대북지원을 환영한다. 정부도 지난달 그간의 대북정책 원칙을 깨고 쌀 5000t의 지원을 결정했으며,향후 여론의 눈치를 보아 언제 대규모 지원을 결정할지 모를 일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온통 '공정한 사회'에 빠져 있는데 그렇다면 과잉 쌀의 대북지원 문제도 이 '공정의 눈'으로 평가해봐야 할 일이다.

    첫째 '쌀 인도주의'는 남쪽이 아니라 북 동포의 입장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전 농토가 자유경작지가 된다면 그 생산성이 소련의 사영지처럼 10여배 증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북 동포는 그때 자력으로 굶주림을 탈출하고 소득증대를 이룰 능력을 갖게 되며,그 바탕 위에 자유와 인권의 싹도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북 왕조(王朝)가 존재하는 한 인민에게 그런 기회가 오겠는가.

    오늘 약간의 쌀 지원은 북 동포에게 일시적 굶주림을 면해줄지 모른다. 그러나 과거 북한이 무정부상태에 빠질 때마다 소위 주변국의 '인도적 지원'이 붕괴 위기의 북 정권을 소생시켜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결과 북 인민의 자립기회는 박탈됐고 굶주림과 노예생활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오늘날 3대 세습과 기근의 위기에 처한 북 정권은 다시 남쪽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에 응하는 것이 북 동포에게 정의와 인도주의를 베푸는 일인가.

    둘째 남한의 쌀 문제 해결을 대북 지원에 기대려는 수법은 정도(正道)가 될 수 없다. 만약 북 지원이 정말 인도주의라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빚을 내어서라도 쌀을 마련해야 한다. 반면 매년 증대하는 쌀더미는 북한이 있건 없건 남한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과거 우리 정치가들은 쌀 개방과 관세화를 기피하는 국정 포탈행위를 저질렀다. 그 대가로 국가는 거대한 재정부담,경쟁력 없는 농업,실패하는 농가,집단이기주의와 포퓰리즘에 온통 짓눌리게 됐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을 영원히 먹여 살릴 작정이 아니라면 이런 임시변통의 대북 쌀 선적은 남한의 농가와 쌀 시장에 나쁜 신호만 줘 오히려 지금 필요한 농업구조조정을 방해할 것이다. 북한에도 이는 식량 자구책 마련의 노력을 방해하고 일시적 사탕발림만 주는 사도(邪道)가 될 뿐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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