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다. 시중 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금리가 최근 연3.48%(3년물)까지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3.6%를 감안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저금리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저금리 추세가 실물 경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장기화할 경우 주식이나 부동산등 자산 가격에 버블(거품)을 몰고올 위험성이 크다. 통화정책도 무력화되기 쉽다. 저금리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자산 버블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의 통화 환수와 자금 흐름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최근의 저금리는 석달째 기준금리를 연2.25% 수준에서 동결한 통화정책의 산물이다. 여기에다 선진국에서 풀린 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시중 금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예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단기 부동자금이 8월 말 현재 645조원으로 늘었다.

돈이 많이 풀렸지만 아직은 자산 버블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물가 오름세와 달리 부동산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면 이런 자금이 순식간에 몰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식시장도 대세 상승장으로 바뀌는 듯하면 금세 거품이 생길 소지가 있다. 거품은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다. 자산 시장이 다시 급락하면 경기가 위축되고 가계 소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저금리는 가계 부채 증가를 유발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통화 당국이 원화 가치 급등을 방치할 수 없어 석 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저금리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미리 대비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와 통화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