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껌만 뱉어도 벌금을 내야 하는 도덕국가 싱가포르가 카지노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4년이다. 정체되는 성장의 돌파구를 모색하던 중 카지노에서 해법을 찾은 것.싱가포르는 '마카오 따라잡기'를 목표로 세우고 법까지 바꿨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카지노를 허가하고 숙박시설 공연장 전시장 테마파크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조성,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국제 입찰을 거쳐 카지노 리조트 운영업체로 선정된 말레이시아의 겐팅그룹은 지난 2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리조트월드 센토사'를,라스베이거스 샌즈는 4월에 '마리나베이 샌즈'를 각각 개장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잭팟'이었다.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로 가던 중국의 부호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었다. 두 리조트의 연간 매출은 올해 40억달러,내년엔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카지노를 허용할 때 예상했던 연간 매출 25억달러의 두 배다.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카지노

싱가포르를 찾는 해외 관광객 수는 최근 9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 7월에는 처음으로 월 100만명을 넘어섰다. 싱가포르관광청은 작년 970만명이던 관광객 수가 올해 125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2012년에 싱가포르의 카지노 매출이 라스베이거스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카지노 개장 이후 경제에 탄력이 붙어 2분기 성장률이 19.3%를 기록했다. 1975년 이후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싱가포르 인력자원부는 상반기에 새로 생긴 일자리 7만3000개 중 카지노 리조트 관련 일자리가 4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매튜 프라이 스타우드호텔앤드리조트 월드와이드 수석부회장은 "카지노가 싱가포르의 국가 브랜드를 바꿨다"며 "싱가포르가 세계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지노에 뛰어드는 아시아 국가들

싱가포르뿐만이 아니다.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은 최근 도박금지령을 해제했다. 후에시 지역에 대형 리조트와 선상호텔 카지노를 건설 중이다. 태국 인도 필리핀도 복합 카지노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으며 일본은 2~3개 카지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카지노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위주였던 이 시장에서 마카오 등 아시아의 시장점유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2003년 73.4%였던 미국의 시장 점유율은 2007년 62.2%로 떨어졌다. 반면 아시아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8.6%에서 13.3%로 증가했다.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은 2006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했다.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지난 상반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조5384억달러(연간 환산액)로 일본을 추월,세계 2위로 등극했다.

◆서해안에 리조트형 카지노를 세우자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관광호텔에 소규모로 있는 도심형 카지노는 전문 도박꾼이나 VIP 고객 위주로 운영된다"며 "평범한 관광객도 가볍게 찾을 수 있는 리조트형 카지노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해안과 제주 등에 싱가포르 수준의 카지노 리조트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동북부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좋은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황해경제자유구역(평택 · 당진) 새만금경제자유구역(군산) 등도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만약 이들 지역에 '마리나베이 샌즈'와 같은 리조트형 카지노를 3개 정도 설립한다면 연간 서비스수지 개선 효과는 약 4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중국인들이 해외 카지노에서 쓰는 돈 700억달러 중 5%만 한국에 끌어들여도 35억달러(약 3조85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내국인 출입이 허용될 경우에는 해외 원정도박에 쓰이는 연간 1조4000억원(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추정) 중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 양일용 제주관광대 카지노경영과 교수는 "외국인 한 명이 방문하면 평균 532달러를 쓰고 가기 때문에 반도체 363개,승용차 0.05대,휴대폰 4대,LCD 2개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조트형 카지노 건설은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이정실 동명대 관광경영과 교수는 "싱가포르 사례에 비춰 볼 때 세 곳의 리조트형 카지노를 건설하면 약 4만~5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건설경기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은/서기열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