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살 빼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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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를 뛰었다면 나는 100㎉의 음식을 조금씩 먹었다. 5㎞를 뛴다면 나는 50㎉의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음식의 대가를 바라선 절대 안 된다. 그것이 온전한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백영옥 소설 '다이어트의 여왕'중) 다이어트에 나선 사람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식구들이 이것 저것 맛있게 먹는데도 눈 딱 감고 야채와 현미밥 몇 술로 만족해야 하고,외식을 할 때도 열량이 얼마인지를 체크해가면서 먹기 일쑤다.
어쩌다 과식이라도 했다 하면 안절부절못하면서 스스로를 질책한다. 이런저런 운동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젠 살 빼기가 신드롬을 넘어 일종의 '질병'으로 변질돼 가는 듯한 분위기다. 큰 맘 먹고 감량에 돌입한다 해도 이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각종 살 빼는 약이 나돌고 있다. 나름대로 의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약이 있는 반면 변변한 성분표시조차 없이 '1주일에 5㎏ 감량 보장'등의 선전문구를 내세운 정체불명의 약이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문제는 살 빼는 약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거다. 예컨대 갑상선 호르몬 보충제는 체내 대사가 빨라져 몸무게가 한 달 만에 3~4㎏씩 빠지는 효과가 있어 한때 유행했지만 신경 과민,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자취를 감췄다. 1990년대 식욕억제제로 인기를 누리던 일부 향정신성 의약품은 심장 판막 이상을 일으키면서 폐기됐다. 요즘 국내에선 식욕억제와 함께 위 크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한약이 유행하고 있다. 일정기간 이 약을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식사량이 확 줄면서 살이 빠진다지만 부작용 여부는 알 길이 없다.
시부트라민 성분의 살 빼는 약 '리덕틸'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에 이어 미 식품의약국(FDA)도 시판중단 권고를 내렸다는 소식이다. 심장발작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약의 안전성이 올초부터 문제됐었는데도 우리 식약청은 지난 7월 버젓이 시판유지 조치를 취했다니 보통 망신이 아니다.
국내에는 리덕틸 외에도 시부트라민 성분이 든 약품이 50여종에 연 1000억원어치 이상씩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약에 의존해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하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부작용 없이 살 빼는 유일한 방법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뿐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어쩌다 과식이라도 했다 하면 안절부절못하면서 스스로를 질책한다. 이런저런 운동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젠 살 빼기가 신드롬을 넘어 일종의 '질병'으로 변질돼 가는 듯한 분위기다. 큰 맘 먹고 감량에 돌입한다 해도 이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각종 살 빼는 약이 나돌고 있다. 나름대로 의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약이 있는 반면 변변한 성분표시조차 없이 '1주일에 5㎏ 감량 보장'등의 선전문구를 내세운 정체불명의 약이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문제는 살 빼는 약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거다. 예컨대 갑상선 호르몬 보충제는 체내 대사가 빨라져 몸무게가 한 달 만에 3~4㎏씩 빠지는 효과가 있어 한때 유행했지만 신경 과민,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자취를 감췄다. 1990년대 식욕억제제로 인기를 누리던 일부 향정신성 의약품은 심장 판막 이상을 일으키면서 폐기됐다. 요즘 국내에선 식욕억제와 함께 위 크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한약이 유행하고 있다. 일정기간 이 약을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면 식사량이 확 줄면서 살이 빠진다지만 부작용 여부는 알 길이 없다.
시부트라민 성분의 살 빼는 약 '리덕틸'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에 이어 미 식품의약국(FDA)도 시판중단 권고를 내렸다는 소식이다. 심장발작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약의 안전성이 올초부터 문제됐었는데도 우리 식약청은 지난 7월 버젓이 시판유지 조치를 취했다니 보통 망신이 아니다.
국내에는 리덕틸 외에도 시부트라민 성분이 든 약품이 50여종에 연 1000억원어치 이상씩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약에 의존해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하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부작용 없이 살 빼는 유일한 방법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뿐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