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삼성맨을 모셔라.'

외국계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삼성 출신들을 대표로 선임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 이어 외국 기업들도 삼성맨 영입에 가세한 양상이다.

모토로라코리아는 8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시스템LSI 마케팅 그룹장을 지낸 정철종씨(49)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앉혔다. 릭 월러카척 사장을 미국 본사로 불러들이는 대신 신임 정 사장에게 한국내 휴대폰 사업을 일임한 것.모토로라코리아의 마크 쇼클리 모빌리티 모바일 사업부 총괄은 "정 사장은 글로벌 IT(정보기술)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조직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리더십,한국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두루 갖췄다"고 정 사장 선임 이유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모토로라가 최근 스마트폰으로 라인업을 전면개편한 데 이어 경영진을 새로 구성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 DNA를 이식하라" …외국계 기업도 삼성맨 영입 잇달아
◆외국계에서도 삼성은 'CEO 사관학교'

한국지멘스도 지난 6일 영상진단과 임상연구 제품 등의 사업을 통합해 헬스케어사업총괄을 신설하면서 삼성전자 출신인 박현구씨(57)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박 총괄 대표는 과거 삼성전자와 GE 간의 합작사업에 참여하고,2002년부터 지멘스 싱가포르 아 · 태지역본부의 사업개발 매니저를 맡는 등 외국계 기업과의 업무 경험이 많다.

현재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삼성출신 인사들은 20여명으로 추정된다. 방일석 한국올림푸스 사장(47)도 대표적인 삼성 출신 외국계 기업 CEO다. 방 사장은 삼성전자 일본법인 근무 시절 거래처였던 올림푸스에 '디지털카메라 한국시장 진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을 계기로 일본 본사 경영진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됐다. 방 사장은 이후 한국법인 설립(2000)을 주도해 초대 사장으로 발탁된 후 지금까지 활동중이다. 그는 2004년엔 외국인 최초로 일본 본사인 올림푸스이미징의 등기이사에 올랐다.

또 글로벌 디자인 업체인 HaA디자인의 김군호 사장과 이승일 피자헛코리아 사장,조원석 웨스턴디지털코리아 사장 등도 삼성 출신 외국계 기업 CEO들이다.

정재훈 인크루트 팀장은 "삼성이 세계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사업이 많은 데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점 등으로 삼성 출신 인사에 대한 외국계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회사 사장 10%가 삼성맨

대기업은 물론 벤처 기업 및 부품 업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코스닥 업체들에도 삼성 출신 CEO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코스닥에 상장된 1227개 업체 가운데 대표 이사가 삼성 계열사 출신인 곳은 127곳에 달했다. 코스닥 업체 10곳 중 한 곳의 CEO가 삼성 출신인 셈이다. 2005년 삼성 출신 코스닥기업 CEO가 50명 선인 데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가운데는 삼성전자 출신이 51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의 두뇌 역할을 했던 그룹 출신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알티전자의 김문영 사장은 그룹에서 삼성자동차 사업을 담당했었다. 김한주 에스티에스반도체통신 대표는 비서실 출신이다.

대기업에서도 삼성 인사들의 약진은 두드러지고 있다. 동부그룹이 실시한 최근 인사에선 삼성중공업 출신의 곽원렬 부사장이 동부메탈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게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맨들이 퇴사와 함께 삼성 협력사로 옮겨가거나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중소기업 대표 중에 삼성 출신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