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김기철 차장이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아파트 현관문에 설치된 지문인식 도어록에 엄지손가락을 대자 스르르 문이 열렸다. 동시에 거실에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스피커등'이 작동을 시작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과 샹송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가 기러기 아빠인 김 차장을 맞았다.

소파에 앉아 문을 감은 채 10여분간 에디프 피아프의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하던 김 차장은 문뜩 시장기를 느꼈다. 라면 한 봉지를 끓여 먹으려 냄비에 물을 담아 '스마트 쿠킹 테이블'에 올려 놓자 나긋나긋한 20대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기야,야식 먹으면 살찐단 말이야.오늘은 그냥 따뜻한 우유 한 잔 먹고 자".김 차장은 웃으면서 '스마트 쿠킹 테이블'의 '애인모드'를 '조리모드'로 바꿨다.

"라면은 센 불에 빨리 조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3분 후 물이 끓으면 스프를 넣으세요. 5분 후에 조리가 종료됩니다. " 먹고 남은 라면 국물을 '지능형 싱크대'에 버리고 냄비와 그릇을 식기세척기에 넣었다. 버린 국물은 자동정화 장치를 통해 깨끗하게 걸러진 뒤 베란다 화분에 사용할 물로 저장됐다.

'아차,부장님을 모시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날이 내일이지.꼼꼼하신 분이니 발표 내용에 오자 하나 없도록 살펴봐야겠군.그리고 발표자에겐 깔끔한 옷차림이 필수야.그럼 와이셔츠를 세탁해야지….' 세탁물을 지능형 세탁기에 집어넣자 세탁기가 오염 정도를 스스로 파악해 적정한 물과 세제량을 선택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옴직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머잖은 장래에 우리의 일상이 될 전망이다. GS건설이 개발 중인 '그린스마트 자이'가 추구하는 스마트 주택이 바로 이런 것들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린스마트 자이'의 핵심은 그린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이다.

그린 기술의 목표는 태양광과 지열,풍력 등 신 · 재생에너지만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린스마트 자이'가 상용화되면 집안에 필요한 에너지를 1년 내내 전기료나 가스비 한푼 들이지 않고 공급받을 수 있다. 고성능 단열재와 한층 개선된 창호 등 에너지 절감 패시브 시스템 적용은 기본이다. 침실과 거실,서재 등에는 형광등보다 전력 소모가 낮은 LED 조명이 설치되고 거실에는 3중 창을 달아 단열 기능을 극대화한다. 일반 가스보일러보다 가스비를 최고 35%나 절감하는 콘덴싱보일러와 버리는 열을 다시 활용하는 폐열회수 기술도 적용된다.

'그린스마트 자이'에는 인공지능을 결합한 '똑똑한 생활가전'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스마트 쿠킹 테이블'은 요리할 때 적정 온도와 시간을 알려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도와준다. '인공지능 세탁기'는 세탁물의 오염 정도에 따라 물과 세제 양을 알아서 선택한다.

'엄마 같은 냉장고'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어떤 요리를 할 수 있는지,어떻게 조리하는지 등을 조언해준다. 옷장에도 스마트 기능이 숨어 있다. 옷장을 열면 인공지능 시스템이 오늘의 날씨와 기온,요즘 요행하는 패션 트렌드를 알려주고 코디까지 해준다.

GS건설의 '그린스마트 자이'의 일부 기술은 이미 상용화가 끝났다. 서울 광장동 '광장자이'에 설치한 태양열 족욕장 '자이 솔라 헬스 시스템 (Xi-Solar Health System)'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기를 통해 축적한 열을 급탕으로 바꿔준다. 입주민 건강관리 시스템이자,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주는 친환경 설비기술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