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30분 인천항 인근 중구 신흥동 아암물류단지 내 희창쌔엔에프㈜ 3층 301호 냉장창고.냉장 · 냉동 보세창고인 이곳에 배추가 천장 높이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배추 파동으로 값이 치솟자 중국에서 긴급히 수입돼 통관을 기다리는 물량이었다. 냉장창고 관리담당인 조정희씨는"우리 창고엔 작년에는 물론이고 2주 전까지 배추 수입물량이 전혀 없었는데 지난주와 이번 주 들어 각각 40피트짜리 컨테이너 2대 물량씩 총 4대 물량인 96t(4만8000여포기)의 배추가 들어와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배추파동으로 인천항에서 갖가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배추를 취급하지 않던 냉장 · 냉동 보세창고가 배추로 채워지고 있고 지난 2주일간 수입된 물량이 작년 한 해 동안 수입된 물량의 세 배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엔 여객선인 카페리까지 배추를 실어나르는 등 특수를 맞고 있다.

"'귀하신 몸' 중국배추, 카페리로 모셔와요"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인천항을 통해 이달 들어 첫 일주일 동안 수입된 배추 물량은 컨테이너 20개 분량인 480t(24만여포기)에 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수입된 물량이 150t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무려 세 배나 늘어난 양이다. 항만공사 측은 "국내 배추 공급물량이 여전히 태부족이어서 중국 배추 수입 물량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추 수입으로 보세창고와 하역회사들은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조씨는 "중국 국경절과 쌍십절 연휴로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거의 없는 시기였는데 창고가 배추로 가득차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배추가 카페리로 운송되는 희한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카페리는 정시 운항이어서 운송비가 비싸 특수화물 외엔 카페리 수출입으로 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하지만 이달 초 배추 수입물량 중 한 · 중 간 카페리를 통해 들어온 수입 배추는 무려 컨테이너 13개 물량인 312t에 달했다. 위동항운의 김태호 차장은 "화물선은 정기선이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며 "한국 측 수입이 워낙 다급해 정시선인 카페리로 운송해도 타산이 맞는다고 중국 측 업자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하루에 2~3개 컨테이너가 들어왔는데 7일에는 5개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검역도 비상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창고에 쌓인 거대한 배추 더미 앞에 놓인 탁자 위에서 배추 잎사귀 사이를 뒤지는 검역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보세창고에선 국립식물검역원 중부지원에서 나온 손순명,이인환,김명현 검역관이 바쁜 손길을 놀렸다. 이 검역관은 "지난주 초부터 배추 수입이 급증해 검역해야 할 물량이 수십 배로 늘었다"며 일손이 절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배추는 수입물량의 2%를 점검토록 돼 있는데 병해충이 많이 발견되면 3% 범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직 불합격 받은 물량은 없다"는 그는"불합격 받을 경우 소독해서 통관시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평소에 이틀이 걸리던 검역 분석결과를 하루 만에 화주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업자들 사이에선 과잉 수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B무역회사 K사장은"이번에 300여t을 수입할 계획이지만 워낙 수입하는 업체들이 많은 데다 15일부터 중부지방의 배추가 출하돼 가격이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