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환위험 관리를 소홀히 해 5000억원에 달하는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최대 공기업의 리스크 관리 수준이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은 7일 전력 공기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전이 2006년 발행한 해외 교환사채(EB)의 조기 상환에 따라 지난해 4968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고 밝혔다. 문제의 EB는 한전이 2006년 11월 정부 보유 한전 지분 2.96%를 매입하기 위해 발행한 10억달러 규모의 유로화 및 엔화 표시 채권으로 만기는 5년이다.

발행 당시만 해도 달러화 기준 환율이 960원대에 불과했지만 2008년 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기준 상환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지난해 11월 해외 채권자들이 조기 상환(풋옵션)을 요청하면서 한전은 결국 원금의 1.5배가 넘는 1조4715억원을 갚아야 했다. 사채에 붙은 이자비용을 제외한 환차손만 4968억원에 달한다.

김 의원은 "정부가 2006년 산하 공공기관에 외화부채 헤지(위험 회피)를 적극 권고했는데 한전은 (환위험 관리를) 방치했다"며 "5000억원의 손실을 보고도 최근 공기업 평가에서 (최우수인) S등급을 받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해외 EB는 주식 교환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일반 채권과 달리 현금흐름 관리가 복잡해 금융시장에서도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대규모 환차손을 낸 뒤로는 환헤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한전이 2007년 4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설립한 발전회사 '격맹국제능원 유한공사'가 만성적자에 빠지면서 한전이 도이치뱅크가 보유한 1억달러(약 1120억원) 상당의 지분을 되사줄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도이치뱅크가 1억달러를 투자하면서 한전의 중국 자회사가 2013년까지 중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한전에 풋옵션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 발전회사가 중화권 증시에 상장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장 요건을 맞추려면 흑자를 내야 하지만 이 회사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설립 후 올해 상반기까지 49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홍 의원은 "중국은 석탄과 발전요금을 통제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재무상황 재선을 위해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