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위안화 환율은 물론 희토류(稀土類) 문제를 둘러싼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은 6일 워싱턴 우드로윌슨 국제센터에서 '성장 로드맵'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을 계기로 표면화된 희토류의 자원무기화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희토류는 계속 자유롭게 유통돼야 한다"며 "조만간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국가가 희토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댜오위다오(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열도)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이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을 구속하면서 중 · 일 갈등이 불거졌으나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카드에 항복했다.

오하타 아키히로 일본 경제산업상은 다음 주 한국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중 · 일 회담을 갖고 광물과 다른 원자재에 대해 금수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중국 측에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또 지난 3일 중국에 치중된 희토류 수입선을 다변화한다는 차원에서 몽골과 희토류 광산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미국 경제단체들도 중국이 희토류를 자원무기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상공회의소의 임원인 제레미 워터맨은 "중국 정부가 희토류에 부과되는 수출세와 수출할당제를 폐지하고 희토류의 상업적 거래에 개입하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확답을 받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통상무역위원회(JCCT)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하원은 지난주 에너지부의 희토류 개발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시아 · 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뒤 유럽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희토류 수출을 절대로 봉쇄하지 않을 것이며,할 수도 없다"며 "희토류를 흥정의 도구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희토류는 아이팟부터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과 조명,미사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희소 광물이다. 세계 희토류의 36%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은 연간 12만t을 생산,세계 공급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에선 추가로 희토류 광산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후베이일보는 후베이성 주시현에서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가 새로 발견됐다고 7일 보도했다.

추정 매장량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현지 당국은 이 광산에서 희토류 매장량,품질,성분 등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무분별한 채굴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보호조치에 나섰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