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에 들어간 삼성전기가 12만원 아래에서 헤매고 있어요. 코스피지수 1900은 남의 얘깁니다. "(투자자 A씨) "주식 좀 한다는 고객들 상당수가 상승장에서 오히려 손해를 봤습니다. 자기 실력만 믿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코피 터진 개미들도 많아요. "(B증권 C지점장)

코스피지수가 1900을 돌파한 지난 6일 증시는 의외로 차분했다. 오히려 기자가 만난 몇몇 개인 투자자와 증권회사 영업직원들의 얘기엔 걱정이 묻어났다. 지수는 2년10개월 만에 최고라는데 시장 대응은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이었다.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과 종목이 빠른 주기로 돌아가는 '초고속 순환매' 장세가 펼쳐진 때문이다.

강재순 대신증권 강남지점 차장은 "'이런 게릴라 장세는 처음 본다'는 고객들을 자주 만난다"고 전했다. 그는 "지수가 1700선을 넘어서면서 종목 간 차별화가 심해졌다"며 "특히 주도주를 추격 매수하며 매매가 잦았던 고객들은 원금을 일부 날린 경우도 많다"고 했다. 조선주가 뜬다 싶어 따라가면 곧바로 화학주로 매수세가 몰리다가,다시 기계주가 오르는 식이란 설명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하이닉스나 삼성전기처럼 개인들이 선호하는 전기전자 업종 '옐로 칩'들이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바람에 개인 투자자들의 허탈감이 더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주식영업 직원들의 고민도 커졌다. 허경석 우리투자증권 영업부 차장은 "단기간에 1900선까지 급하게 올라 신규 투자를 선뜻 권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D증권 직원은 "순환매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통에 위탁매매 직원들 사이에선 당분간 조정을 받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했던 투자자들은 '풍성한' 가을을 맞고 있어 대조적이다. 강 차장은 "몇몇 우량주에 분산해놓고 느긋하게 기다린 고객들은 제법 수익을 냈다"며 "환매 유혹을 견디고 버틴 펀드 투자자들도 요즘 표정이 부쩍 밝아졌다"고 전했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긴 안목으로 접근한 투자자들은 인내의 과실을 얻은 것이다. 핑핑 도는 순환매와 외국인의 '단독 드리블' 장세에 대처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