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롯데건설과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5일 국세청과 롯데건설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 오전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에 40여명의 직원들을 보내 세무조사를 벌였다. 롯데건설 협력업체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에서 심층 세무조사(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층 세무조사는 기업의 납세 관련 장부 일체를 압수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고밀도로 진행하는 조사다.

서울청 조사4국은 탈세 제보를 받아 움직이고,정기 세무조사는 10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비해 롯데건설에는 40여명이 투입된 점 등에 비춰 기획 세무조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세청 안팎의 분석이다.

건설업계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부당 대우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나친 경쟁을 통해 협력사의 납품단가를 낮추거나 어음 결제 등으로 자금 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사례가 적지않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쌓이자 대물(代物)로 결제대금을 떠넘기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터여서 하청업체가 유독 많은 건설업체를 시범케이스로 세무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는 많게는 4000여개에 달한다.

재건축 · 재개발 또는 공공공사 수주를 둘러싼 비리가 세무조사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건설업계 관측이다. 공격적으로 공사물량을 따내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청업체를 통한 비자금 조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과거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사례를 보면 협력업체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적발되는 건설사들이 적지않았다.

국세청의 롯데건설 세무조사에 대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가뜩이나 침체된 상황에서 산업 전반의 악재가 되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강동균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