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가 발목에 닿을 만큼 길기 때문에 정확도로 승부하겠습니다. " "큰 대회를 통해 러프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으므로 평상시대로 장타력으로 승부할 겁니다. "

한국골프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코오롱 제53회 한국오픈골프대회'(총상금 10억원)에 출전하는 주요 선수 6명은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대회장인 천안 우정힐스CC 공략에 대해 엇갈린 해법을 내놓았다. 양용은(38)과 재미교포 앤서니 김(25 · 나이키골프),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0 · 캘러웨이),김대현(22 · 하이트)은 볼이 러프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 반면 상반기에 미국 · 유럽 · 아시아투어 대회에 나가 긴 러프를 많이 접해 본 노승열(19 · 타이틀리스트)은 러프에서 볼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운 만큼 자신감을 갖고 드라이버샷을 멀리 날려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우정힐스CC는 선수들의 샷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페어웨이와 러프의 잔디 길이 차이를 크게 해놓았다. 러프는 낙하지점을 뻔히 보고도 볼을 찾기 힘들 정도로 잔디를 길게 관리했다. '파워 히터'라도 볼이 러프에 빠지면 나가기 어려울 뿐더러,그린에서 볼을 세우기 힘들기 때문에 러프샷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드는 투어프로들이라도 우승컵을 놓고 펼치는 승부처에서 긴장하는 것은 아마추어들과 다르지 않았다. 양용은은 1999년 한 국내대회에서 챔피언조로 출발하는데 첫 티샷을 할 때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했다고 밝혔다. 앤서니 김도 "플레이가 잘될 때는 긴장이 되고 떨린다"면서 "이럴 땐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가르쳐 준대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내가 골프선수가 된 것을 축복으로 여기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니 리는 "긴장될 땐 숨이 막혀 숨도 못 쉰다. 심호흡으로 조절한다"고 했다. 한국프로골프 최장타자인 김대현은 "우승을 다투는 순간이면 지금도 손이 떨린다"며 "속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골프 외의 다른 것을 많이 생각해 긴장을 푼다"고 털어놓았다. 그 반면 6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노승열은 "성격 때문인지 긴장이 안 되는 타입"이라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적 선수들은 아마추어들에 대해 '훈수'도 잊지 않았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아마추어들이 프로들처럼 너무 잘 치려고 한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서 좋은 스코어를 내려고 한다' '골프에서 완벽은 없기 때문에 실수가 나오면 인정하고 다음 샷에 집중하라' 등이다. 양용은은 "골프 잘 치는 비결을 물어올 때마다 '연습은 하세요?'라며 되묻는다"며 "슬라이스가 나든 훅이 나든 연습장에 가서 클럽을 휘둘러봐야 잘 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앤서니 김은 "1주일에 한 번 라운드하는 아마추어들이 프로처럼 잘 치려고 하다 보면 보기가 더블 보기나 트리플 보기로 변해 열을 받게 된다. 그러면 골프는 더 안 된다. 아마추어답게 즐겁게 친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오픈은 7~10일 열리며,우승상금은 국내 골프대회 중 최고인 3억원이다. 배상문(24 · 키움증권)은 올해 대회 3연패를 노린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