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의 10월 국내 판매 기준가격이 t당 932만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달러 공급량을 늘리면서 대표적인 원자재 투자상품인 전기동 국제가격이 2년여 만에 다시 t당 8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아연의 이달 국내 판매 기준가격도 지난달에 비해 3.7%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비철금속 판매기준가 인상으로 황동 순동코일 등 전기동 관련 제품 가격도 최근 3~4% 올랐다. 알루미늄 가격도 소폭 인상됐다. 서울 문래동과 경기도 시화공단 등의 비철제품 도매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다.

◆전기동 국내 판매가 사상최고

국내 유일의 전기동 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은 이달 전기동 괴(塊 · 덩어리) 판매 기준가격을 지난달보다 4.6% 높은 t당 932만9000원으로 고시했다고 4일 밝혔다. 2008년 6월의 종전 최고치(t당 914만4000원)를 2년4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최근 전기동 국제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런던금속거래소(LME) 평균가격이 t당 7709달러(3개월물)에 달한 것이 국내 판매가 인상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달 달러당 원화 환율 평균이 1178원38전으로 2008년 상반기에 비해 크게 높았던 것도 최고기록을 경신한 이유라고 그는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자동차 및 가전용 강판의 도금재료 등으로 쓰이는 아연괴 판매 기준가격을 지난달보다 3.7% 오른 t당 278만10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8월 t당 2078달러였던 LME 평균 아연가격이 지난달 2151달러(3개월물)로 상승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순동코일 황동 등 3% 넘게 인상

풍산은 전기동괴 기준가격이 오르자 동 관련 제품 가격을 3~4%씩 올렸다. 전기동만을 사용하는 순동코일(0.5T 기준) 가격을 지난달에 비해 3.3% 오른 ㎏당 1만1480원으로 책정했다. 전기동과 아연을 혼합한 '황동 2종' 제품도 ㎏당 9280원으로 3.3% 인상됐다.

전기동에다 주석 등을 섞어 만드는 스프링용 인청동(燐靑銅)은 지난달 ㎏당 1만2990원에서 이달엔 1만3530원으로,전기동과 니켈 아연 등을 혼합한 스프링용 양백(洋白 · 구리합금)은 ㎏당 1만3280원에서 1만3750원으로 각각 4.1%와 3.5% 올랐다.

알루미늄 가격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조일알미늄에 따르면 '1000계열'(정규판 1T 기준) 알루미늄은 ㎏당 4240원,'3003' 제품은 4290원,'3004'는 4340원,'5005'는 4340원,'5052'는 4450원으로 모두 20원씩 인상됐다.

이종호 이트레이드증권 해외선물팀장은 "미국이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을 막기 위해 돈을 계속해서 푸는 양적 완화정책을 추진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비철금속 가격상승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격이 부담스런 수준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올 상반기 주요 국가들이 검토했던 출구전략을 당분간 추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철금속 가격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수/심성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