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에 무슨 문제가 있나? 최근 미국 주식 시장은 주가가 지난 1년간 평균 몇 퍼센트 올랐다는 소식에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대부분 기업들의 주식 값은 올 들어 15% 이상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실질적인 제로금리 정책은 각종 금융거래 파생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해 월가 기업들의 손을 묶어놓았다. 자금을 빌리거나 국채 등을 사거나 하는 본래의 역할 말이다.

제프리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핸들러가 최근 실망스러운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한 데 이어 대부분의 월가 기업은 앞으로 실적발표를 최소 3~4주 미룰 것이다.

문제는 월가 기업들의 수익이 늘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단기 수익률은 거의 '0'에 가깝고 장기 수익률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월가 기업들은 연 0.15%의 금리로 단기자금을 조달해 약 4% 수익률의 10년만기 국채를 매입했다. 현재 자금조달 금리는 연 0.14% 정도지만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2.6%까지 떨어졌다. 조달금리와 운용수익률의 차이가 줄면서 월가 기업들의 수익도 악화됐다.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휴렛팩커드의 3par 인수규모 16억달러는 너무 작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지만 낮은 수익률 탓에 은행들은 수수료를 거의 받지 못했다. 기업공개 건수도 너무 적다. 제너럴모터스 등 몇몇 큰 건이 있었지만 은행들은 거래 건마다 약 0.75%의 수수료만을 챙기는 데 그쳤다.

닷컴버블이 꺼진 이후 금융산업은 손해를 메우기 위해 부채담보부채권 등의 상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며 침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익상품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월가 기업들이 불황의 바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 월가에는 너무 많은 은행가,금융전문가,영업사원이 존재한다. 이들은 향후 5년간 대폭 줄어야 한다. 정부 정책도 문제다. 이른바 도드 프랭크법의 모호한 규정들은 월가 기업들의 독점적인 거래기능을 박탈하고 있다.

월가 기업들은 고전적인 서비스 모델을 다시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기업의 자산을 늘려주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경영을 조언해주는 역할 말이다. 월가는 경기회복의 적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고통스러운 '30년 금리주기'의 막바지를 지나고 있다. 현재 낮은 이자율은 경제성장을 위해 이상적인 조건이다. 1981년 단기 조달 금리는 연 19.08%였지만 지금은 연 0.14%다. 1981년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연 18.45%였지만 지금은 연 4.28%로 내려앉았다.

월가는 현재 어려움에 빠져 있다. 어떤 시점에는 금리 상승이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허덕이는 미국경제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며 원자재 가격을 낮추고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정부나 월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리가 낮았던 1970년대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사실을 상기하자.

앤디 케슬러 < 前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 /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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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변화사냥꾼' 등의 저자인 앤디 케슬러 전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가 '월스트리트에 무슨 문제가 있나?(What's the matter with Wall street?)'라는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