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좀 해라." 한국경제TV가 새롭게 선보인 시트콤 '김과장 & 이대리' 첫 회에 나온 표현이다. 직장 생활에서 흔히 듣는 말.상사가 부하직원의 군기를 잡기 위해 사용하곤 한다. 누구나 들으면 유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직장은 밥값 하는 사람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송 팀장(송기윤)으로부터 이 말을 듣는 김 과장(박철)과 이 대리(안상태)의 표정은 난감하다. 내가 회사원이자 송 팀장의 팀원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

그 순간 옆자리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채연자(황보).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업무에 열중한다는 칭찬을 듣는다. 하지만 이 대리가 확인하자 업무와 무관한 메신저 이용 중.채연자의 위장 행동은 탓할 수 없다. 직장인의 생존 본능이라는 점에서 이 대리가 때로는 배워야 한다.

직장에는 힘의 관계가 존재한다. 팀장에서 신입사원까지 하향식이 형식적 힘의 관계다. 하지만 얼마든지 동적 역학관계도 존재한다. 컴퓨터 작업에 능숙한 채연자가 팀장의 서툰 능력을 은근히 비아냥거리는 순간이다. 그런 채연자도 점심 식사의 삼겹살 흔적을 신입사원에게 지적받자 화장실로 피할 수밖에 없다. 회식 자리에서 술의 역학관계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각자의 간 기능이 주량과 다음 날 업무 처리에 영향을 주듯이.

동적 역학관계가 살아있는 직장은 즐거운 공간이다. 긴장 속에서 직장인들은 자극을 받고 또 톡톡 튀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다채널 시대다. 한국경제TV가 제작한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인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먼저 스토리가 탄탄하다. 원작은 한국경제신문에서 가져왔다. 하루 평균 기사 조회수 150만 클릭을 기록한 인기 시리즈다. 신문의 콘텐츠가 TV 시트콤으로 재탄생했다. 매체 간 크로스오버,장르 간 크로스오버 작품.앞으로 전개되는 미디어 빅뱅 시대에 대응한 전략이다.

첫 회분 감상을 통해 느낀 점.좋은 출발이다. 다음 회가 기대된다. 시청자가 공감하는 내용,날이 갈수록 성숙한 연기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진로 < 영산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