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정관용 시사평론가 "갈등 요인 감추지 말고 문제 해결" 인텔 '건설적 대립관계' 서 배워라
"토론을 할 때나 갈등관계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라'와 '상대방의 생각이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입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느낄 때 세상도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

정관용 시사평론가 겸 한림국제대학원 교수(사진)는 최근 전경련 국제경영원(IMI)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 참석,'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기업의 소통문화'란 주제로 강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대한민국이 소통이 어려운 사회라고 하는데,그 첫번째 원인은 초고속 압축성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50대 이상의 사람들과 20대,30대가 태어나서 자라온 환경은 너무나 큰 차이가 납니다. 완전히 달리 살아온 사람과 소통하는 게 쉬울 리가 없죠.토론은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설득하면서 공통의 합의기반을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요즘 국가적인 관심사라면 4대강 사업,북한 쌀지원 문제 등이 있습니다. 하자는 쪽과 말자는 쪽 모두 옳을 수 있죠.이럴 때 토론하는 이유는 공통의 합의기반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마음가짐은 어떻습니다. 토론 시 상대방의 생각을 바꿔놓겠다는 식입니까,내 생각부터 바꿔보겠다는 식입니까. 절대다수는 남을 먼저 바꾸려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토론을 한다고 합시다. A의 마음가짐이 B의 생각을 바꿔놓겠다면 그것의 논리적 전제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에서 출발하는 거죠.'네가 틀렸으니 네 생각을 바꿔놓겠어'란 A의 마음가짐으로 B가 하는 말에 귀가 쫑긋쫑긋 서겠습니까. 기회만 되면 "너 그거 틀렸어"라고 얘기하려고 하겠죠.논리적으로 B도 마찬가집니다. 과연 A와 B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토론을 하면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태어나서 오늘까지 수천만번,수억번의 일상적인 토론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료와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 서로의 입맛과 상황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식당을 고르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생활 속 토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생각이 옳다. 저놈 생각 틀렸으니 바꿔놓겠다'는 식으로 살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론은 내 생각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토론의 상대방은 선생님입니다. 그런데 '저놈 생각을 꺾어놓겠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은 적이 되는 거죠.여러분은 평생 적에 둘러싸여 살아온 게 아니라 선생님들과 함께 살아온 겁니다. 지금까지 경영을 하면서 수많은 갈등과 충돌 속에 사람들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생각을 변화시키면서 오늘까지 온 겁니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내가 설득될 준비가 돼 있어야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 걸면 상대방도 절대로 설득당하지 않습니다. 설득의 기본법칙이란 상대방이 인정할 수 있는 부분부터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이죠.독일의 철학자는 토론을 '서로의 내면에 들어가보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토론이란 단어에 대해서 '싸워서 이기는 것'이란 식의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문화가 그렇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말 잘한다'가 아니고,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대방이 100%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그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출발입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그렇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야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중요한 것은 여러분 회사 내에,조직과 조직 사이에,여러분과 부하직원 사이에 가로막혀 있는 소통의 벽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뭘까요. 여러분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야 되는 겁니다. "아,요즘 젊은것들은 도대체 이런 걸 몰라"라고 하는 말 속에는 그들이 나를 헤아려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자세로는 소통이 안됩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은 강자가 변하지 않으면 소통이 안돼요. 가정에서는 가장이,기업에서는 사장이 변화하지 않으면 소통의 문화가 생길 수 없습니다.

잘 말하고 잘 듣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사이가 좋은 사람,친한 친구,사랑하는 부부끼리는 너무나 잘 말하고 잘 듣습니다. 눈빛만 주고받아도 뭔지 알아요. 그런데 문제는 대립이 있을 때 생기는 겁니다. 그때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합니다. 인텔이 기업문화로 만들기 위해서 연구하고 보급하고 있는 갈등모델은 '건설적 대립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 회사의 경영진과 노동자 사이에 대립이 있다고 칩시다.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사람에 따라서 문제 회피형도 있고,무시형도 있고,공격형도 있습니다. 그 중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문제해결 유형입니다. 개인 간의 문제이건 조직 간의 문제이건 갈등 요인이 있을 때는 감추지 말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인텔이 장려하고 있는 '건설적 대립관계'처럼 말입니다.


정관용 시사평론가는

한림국제대학원 교수ㆍ시사평론가△한국사회과학연구소 정책기획실장 △CBS 해설위원 △나라정책연구소 기획실장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