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만큼 팔았다. 제2의 먹거리가 필요하다. "

소형생활가전 분야의 간판 기업들이 신규 시장 개척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압력밥솥과 정수기,스팀청소기 등을 내놓아 대박을 터트린 쿠쿠홈시스와 웅진코웨이,교원L&C,한경희생활과학 등이 주인공이다. 그동안 제품 보급률이 크게 확대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 어려워지자 이들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가 가진 전국적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발굴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스팀청소기'로 대박 신화를 일궈낸 한경희생활과학은 내년 주방용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재 사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아이템을 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도마나 식칼 등 주방용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비가전제품 분야에 뛰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의 변신은 기존 제품군이 매출 정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력제품인 스팀청소기 매출은 2007년 1000억원에서 2008년 600억원,지난해는 450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스팀다리미 등 다른 제품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회사 전체 동력으로 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주부들 사이의 높은 인지도와 기존에 쌓아 놓은 영업력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제품군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교원L&C는 최근 화장품과 생활건강식품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보험,실버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생활가전 부문 매출은 소폭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크게 둔화됐다. 2006년 7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8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4000명에 이르는 거대 영업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아이템이 절실한 상황.화장품과 생활건강식품도 정수기 영업 인력인 플래너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업 인수 · 합병(M&A) 매물도 찾고 있다. 가장 염두에 두는 사업 분야는 보험이다. 교원L&C 관계자는 "보험은 영업조직의 구성 측면에서 정수기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보험 외에도 실버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L&C와 사업영역이 유사한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도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올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수처리 사업을 강화하는 등 생활가전 외 다른 부문의 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다양한 신규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아이템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계열사인 마이크로필터를 통해 필터 사업 부문을 강화하며 삼성전자,LG전자 등의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밥솥시장 1위 업체인 쿠쿠홈시스도 처지가 비슷하다. 밥솥 부문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다 보니 더 이상 영역 확대가 힘든 상황.이 때문에 올초 정수기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다른 제품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환경가전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공기청정기,연수기 등 추가 제품군을 내놓을 뜻을 내비쳤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