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최고의 캐릭터였다. 슈퍼맨 시리즈는 1978년 1편이 개봉된 이후 1987년 4편까지 미국에서만 3억2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슈퍼맨 시리즈에 비견되는 최근 할리우드 흥행작은 단연 '아바타'다. 아바타는 전 세계에서 27억6000만달러 수익을 올려 영화 사상 최초로 수익 20억달러를 돌파했다.

슈퍼맨과 아바타는 한 시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두 영화가 대표하는 시대상(相)은 대조적이다. 슈퍼맨은 경쟁과 무한성장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대에 강하고 정의로운 초(超)능력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관객을 매료시켰다. 반면 아바타는 공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다. 이런 변화는 2006년 개봉한 슈퍼맨 리턴즈가 기존의 스토리를 답습했다는 냉정한 평가 속에 흥행하지 못한 데서도 드러난다. 관객들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초인적 영웅보다는 동료와 소통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바타에 호감을 가졌다.

슈퍼맨의 퇴진과 아바타의 부상은 대중의 욕구와 선호도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창(窓)으로,시대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아바타에 드러난 이 시대의 감성은 자연친화성,소통과 참여,창조적 역(逆)발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그대로 기업 경영에 응용할 수 있다.

아바타에서 자연은 인간이 영원히 몸을 담고 살아가야 할 곳으로서,정복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인간이 찾아내려는 자원은 자연이 지닌 가치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관객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나비족에게 동조 심리를 갖게 된다. 이는 친환경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생활 방식과도 부합한다. 스티브 플러더 GE 애코매지내이션 총괄 부사장은 "그린 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기업에는 신흥시장이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과 참여를 중시하는 나비족의 삶은 명령과 복종을 축(軸)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조직에 비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나비족은 굳건한 연대의식을 갖고 동 · 식물과도 교감한다. 나비족의 친밀한 소통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인터넷 기반의 쌍방향 미디어가 각광을 받고 있는 시대 흐름과 잘 들어맞는다.

통념을 뒤집는 역발상 스토리 전개도 아바타의 흥행 요소다. 아바타에서는 외계인인 나비족이 인간을 물리치고 승리한다. 자연을 파괴하려는 인간과 자연을 지키려는 나비족을 대립시켜 인간보다 나비족에게 관객의 감정이 이입되도록 스토리를 전개한 것이 흥미롭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의 창의성에 대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활발한 팀플레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영역과 경계를 넘어서는 협업을 시도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통섭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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