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C는 지난달 29일 충북 음성에 소재 전문 공장을 착공했다. 전자 · 태양광 소재를 비롯해 자동차 경량화 소재와 친환경 건축자재 등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첫걸음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8월 말 탄소 소재 전문기업인 데크항공을 인수,소재 부문에 가세했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잇달아 경량화 소재 사업 확장에 나섰다. 정보기술(IT) 계열사를 둔 LG화학 제일모직 등이 디스플레이용 소재와 2차전지 등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초경량 · 고강도 소재 쪽으로 눈을 돌리는 유화업체들이 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탄소 소재 등 초경량 · 고강도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석유화학업체로는 한화L&C를 비롯해 호남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효성 등이 꼽힌다.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석유화학 기술을 탄소소재 등 신소재와 결합,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복안이다.

한화L&C는 지난 7월 탄소나노소재(그래핀)의 상용화를 진행 중인 미국 XG사이언스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나노 소재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2007년엔 고강도 플라스틱 복합소재 전문기업인 미국 아즈델을 인수,철에 비해 50%가량 가벼운 자동차 외장재용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3월 음성공장에서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초경량 · 고강도 소재가 주력 사업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한화나노텍도 2008년 말 탄소나노튜브(CNT) 공장을 건설한 뒤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데크항공 인수를 계기로 항공기 기체,풍력발전 부품 및 고가 자동차 브레이크로 사업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데크항공의 모기업인 데크까지 사들여 탄소복합재 시장에서 5년 내 매출 2000억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기존 부문과 미래 신사업의 비중을 5 대 5로 가져갈 것"이라며 "보잉 B-787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탄소소재 사용 비중을 늘리는 것처럼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탄소복합재에 대한 수요가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북 전주기계탄소기술원과 CNT 상업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장 부속실 설치를 계기로 50t 규모 CNT 공장 건설 등 신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도 풍력발전 날개용 에폭시 시스템을 국산화했다. 대기업 가운데 탄소섬유 연구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효성도 사업 확장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초경량 · 고강도 소재는 사업 다각화에서 한발 뒤처진 유화업체들의 돌파구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화학과 제일모직 등 선두권 기업들이 IT 계열사 덕분에 편광판 등 디스플레이 소재와 2차전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기회를 놓친 후발사들이 경쟁이 덜하고 기존 유화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찾은 게 초경량 · 고강도 소재라는 설명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새로 진출하는 분야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소재 기술로 응용이 가능한 데다 향후 사업 전망도 밝다"며 "중국과 중동지역의 설비 증설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에 대한 우려도 신사업 진출을 재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중심으로 초경량 · 고강도 소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