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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들 월급 30%가 주거비…쓸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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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하락에도 대출·월세 '허덕'…금융위기 前보다 150만가구↑
    고정비용 제외하면 여유 없어…소비 여력 줄어 美경제 더딘 회복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미국 가계들의 부채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지고 있는 가계들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 부담 증가는 가계 재무상태를 악화시켜 소비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구조사국 통계를 인용해 4170만 미국 가구가 세전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쓰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36.7%에 해당하는 것으로,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보다 150만 가구 증가했다. 이 기간 중 미국 주택 가격이 평균 30%가량 하락한 데다 모기지 금리가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통상 경기 회복기에는 가계들이 부채 감축 노력을 기울이면서 재무 상태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미국 가계의 부채 비율만 보면 전반적인 재무 상태는 개선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가처분 소득 대비 모기지(주택 담보대출)와 카드빚 등 소비 관련 채무 비율은 2007년 9월 130%로 정점을 기록한 뒤,지난 6월 119%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원리금 상환부담률도 18.9%에서 17.0%로 하락했다.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리금상환부담률이 떨어진 것은 채무불이행자가 급증한 데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는 전체 가계의 재정 상태를 평균화한 것일 뿐 실업자 증가 등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는 가구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기지 금리 하락과 주택 가격 급락으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당연히 줄었어야 하는 주택 소유자들 중 31%가 모기지 등 주거비용으로 30%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식비와 의료비,교통비를 비롯해 각종 공과금 등 고정비용을 제외하면 여유자금이 거의 없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대다수 미국 가계가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낮은 금리의 모기지 대출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을 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증빙 등 은행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 리파이낸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집을 잃고 남의 집에서 살아야 하는 세입자들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모기지 상환액이 주택 가치를 웃돌아 집 소유를 포기한 수많은 사람들이 세들어 살 집을 찾아 나서면서 렌트비가 상승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압류 주택이 급증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 결과 지난해 47.7%의 세입자들이 주거비로 전체 소득의 30%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에는 이 비중이 45.6%였다.

    재무 상태가 악화된 가계가 증가할수록 소비 의존도가 높은 미국 경제가 정상을 되찾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가계 부채 감축 노력이 한동안 더 진행돼야 소비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얀 하지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가계의 재무 상태가 개선될 때까지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야 미국 경제의 하강 압력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은 모기지를 제때 상환하지 않은 가구주를 대상으로 한 주택 압류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은행들의 주택 압류가 미국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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