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등 이머징 증시ㆍ인버스 펀드 활용 바람직"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향해 급등하는 가운데 국내 주식펀드 환매가 역대 최고 강도로 진행되고 있다.

환매된 일반가계 자금은 예금으로 회귀하는 반면, 거액 자금은 랩으로 가는 등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빠져나가는 국내펀드 자금과 달리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해외펀드 자금은 진입 강도를 높여 환매물량을 받아내며 지수 상승을 견인 중이다.

증시ㆍ펀드 전문가들은 빠르고 강한 펀드 환매가 진행되고 외국인이 주도하는 유동성 장세에서 '펀드 투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예 눈을 중국 등 이머징 증시로 돌리거나 인버스 펀드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초고속 펀드환매…아직 갈 길 멀다

3일 현대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여전히 역대 최고의 강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지수 상승과 맞물려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주식형 펀드의 하루 평균 해지 금액은 2천676억원으로, 일평균 설정액 1천58억원의 2배를 훨씬 넘는다.

하루 평균 해지 금액은 올해 들어 역대 최대 환매가 이뤄졌던 지난 4월 2천685억원, 7월 2천73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여전한 강도를 자랑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불과 12거래일 만에 1,800선에서 1870선까지 급등하며 환매 속도도 초고속으로 빨라졌다.

코스피지수가 1,800~1,850선에 머문 8거래일 동안 이 구간 유입된 금액의 34.0%가 환매됐고, 1,850선을 넘어선 4거래일간에도 이 구간에 유입금의 17.3%가 다시 빠져나갔다.

이는 2002년 6월부터 작년 3월까지를 국내 주식형펀드 유입 구간으로, 2009년 4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를 유출 구간으로 보고 같은 지수대에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의 비율을 계산해 나온 수치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환매 강도는 여전히 역대 최고로 센 편이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과거 3개월 만에 소화되던 금액이 1주일 만에 소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김순영 펀드애널리스트는 "추석 전후로 펀드 자금 이탈규모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났는데, 일시적으로 자금이탈이 감소했다고 환매가 끝났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 "가파른 상승 후 지수가 정체하면 환매는 어김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지수 1,900선 이상 환매 대기 물량은 16조5천억원, 1,800선대에서 남은 대기 물량은 10조원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반가계 환매자금은 예금. 거액자금은 랩으로 이동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 환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년 4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빠져나간 금액은 20조원9천813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일반가계 자금은 예금으로 회귀하고 있지만, 거액자금은 랩어카운트 투자를 통해 증시로 회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우리나라 가계는 2003년 이후 금융위기 전까지 대출이나 예금에서 이탈해 펀드에 가입하는 형태로 레버리지를 확장했지만, 이제 역으로 주가가 오를 때마다 예금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펀드 환매자금 중 일부는 다른 거액자금과 결합해 자문사와 증권사 랩상품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후 양극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데, 1인당 랩 계약잔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거액자금이 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빠져나가는 국내 펀드자금과 달리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해외 뮤추얼펀드에 자금은 최근 4주째 순유입세를 지속하면서 유입 규모도 거의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최근 1주일(9월 23~29일)간 한국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로 43억6천만달러가 들어왔다.

이로써 한국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는 4주 연속 순유입됐고 그 규모도 작년 10월 셋째 주 47억달러 이후 가장 컸다.

◇대량 환매ㆍ외국인 주도 장세서 살아남으려면?

이처럼 펀드 환매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외국인이 주도하는 유동성 장세에서 '펀드 투자'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추천된 전략은 눈을 해외로 돌리는 전략이다.

신한금융투자 박종철 펀드애널리스트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따지자면 이머징 시장에서는 바닥을 친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펀드가 매력적"이라며 "중국펀드 중에서는 H주가 더 상승 탄력이 있어 보이며 1,6000선까지는 충분히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올해 부동산 버블 논쟁과 위안화 절상문제, 증시환경 급변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내년에는 재상승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국내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지수 상승 정도가 부담스럽다면 환매를 하기보다 인버스 펀드에 기존 펀드 투자액과 수익액을 투자해 수익을 확정짓는 방법도 제안했다.

코스피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최근 들어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는 펀드에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펀드 중 최근 6개월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25.99%를 기록한 프랭클린템플턴 자산운용의 FT포커스 자(주식) 클래스 C-F 펀드다.

이어 25.11% 수익률을 기록한 현대현대그룹플러스1[주식], 24.88% 상승한 알리안츠Best중소형[주식]C/A펀드도 수익률이 최상위에 속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