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은 아일랜드의 조치로 안정세로 돌아섰지만,아일랜드의 전체 구제금융 규모가 최대 500억유로(약 77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은 적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 정부가 자국 내 금융불안이 계속되면서 주요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추가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레니헌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자산 거품 붕괴로 큰 타격을 입은 아일랜드 최대 은행 앵글로아이리시에 기존의 공적자금 외에 추가로 64억유로를 투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은행에는 이미 229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이 집행됐으며 최악의 경우 추가적으로 50억유로가 더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일랜드 2위 얼라이드아이리시은행에도 30억유로를 추가 지원키로 했다. 아이리시네이션와이드은행에도 27억유로가 추가 집행된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가 금융권에 투입하는 공적자금 규모는 총 5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은행권 구제금융으로 아일랜드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까지 치솟아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가이드라인(3%)을 10배 이상 넘어설 것"이라며 "그리스와 함께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아일랜드로선 추가 구제금융에 드는 재원 마련이 쉬운 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현재 아일랜드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11.75% 수준이다. 레니헌 장관은 "아일랜드 은행들의 파산은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의 재정적자는 충분히 관리할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글로벌 금융 시장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일랜드 국채와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간 10년 만기 수익률 격차는 446bp(100bp는 1%포인트)에서 436bp로 좁혀졌다.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일랜드가 은행권의 부담을 납세자에게 넘겼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피네게일의 마이클 누넌 의원은 "아일랜드 은행들은 구제하기엔 너무 큰 존재"라며 "정부는 한탕을 노리는 도박꾼처럼 가망 없는 일에 '몰빵 투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