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롯데의 신예 타자 전준우(24)가 가을 잔치 첫머리에서 일을 냈다.

전준우는 2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5-5로 팽팽하던 9회초 승부의 물줄기를 돌려놓는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8번 타자 겸 중견수로 경기에 나선 전준우는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장타 생산 능력 등 가진 모든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1-0으로 앞선 2회 2사 3루에서 두산 선발투수 켈빈 히메네스의 공을 가볍게 잡아당겨 좌전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점수를 2-0으로 벌린 것이 시작이었다.

5회에는 3루수 오른쪽으로 흐르는 느린 땅볼을 쳤지만 1루에 살아나가며 빠른 발을 과시했다.

전준우는 이어 손아섭의 안타 때 홈까지 밟았다.

6회 한 차례 숨을 고른 전준우는 9회에는 '거포'로서 자질까지 뽐냈다.

선두타자로 나온 전준우는 볼카운트 2-3에서 정재훈의 6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기는 115m짜리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전준우는 "정재훈의 변화구가 좋지 않기에 타이밍을 조금 뒤로 당겨 놓았었는데 직구 실투가 들어왔다.

가볍게 쳤는데 홈런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규시즌에서는 빠른 카운트에 승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은 큰 경기인 만큼 성급하지 않고 끈질기게 하려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롯데 타선은 전준우의 홈런 이전까지 안타를 9개나 쳤지만 볼넷을 1개밖에 골라내지 못하고 장타는 조성환의 2루타 하나뿐일 만큼 특유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전준우의 홈런이 이 모든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롯데 타선은 이후 집중력을 회복, 볼넷 3개를 골라내고 안타 1개를 보태 4점을 추가해 대승을 확정지었다.

전준우는 경기가 끝나고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면서 상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도 손에 넣었다.

전준우는 올해 홈런 19개를 뽑아내고 타율 0.289를 찍으면서 롯데 외야에 당당하게 자리잡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활약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프로에 데뷔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데다 올해 처음 주전으로 올라선 만큼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이대호, 홍성흔 등 베테랑 타자들의 해결사 역할이 당연히 주목을 받았다.

2008년 내야수로 롯데에 입단한 전준우는 빠른 발과 장타력을 갖춰 유망주로 꼽혔지만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해 지난해까지 백업 요원으로만 41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지난해 두산과 맞붙었던 준플레이오프 때는 골절된 손바닥 뼈를 수술받고 나서 집에서 팀이 1승3패로 역전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전준우는 "나만 잘하면 자리는 생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조금씩 실력을 갈고 닦았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를 다듬으면서 내.외야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만능 요원'으로 성장한 전준우는 올해 5월 김주찬이 다치면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준우는 이제 다른 스타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당당한 한 명의 스타가 됐다"며 활약을 예고했다.

시즌 후반 들어 홍성흔과 가르시아, 이대호 등 중심 타선이 줄줄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연승 행진을 이끌었다는 칭찬이었다.

전준우는 로이스터 감독의 기대대로 중심 타선의 장타가 침묵한 사이 천금 같은 홈런포를 폭발시키며 신예답지 않은 해결사 본능을 보여줬다.

전준우는 "어려운 경기를 잘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앞으로 견제가 심해질 수도 있지만 심해지면 심해지는 대로 치겠다"며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을 다시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