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하우스' 부력 이용해 오르락내리락
물 들면 지면에 고정된 쇠기둥 따라 12m까지 상승

최근 집중호우로 서울 한복판의 광화문 일대가 물난리를 겪었음에도 강물이 범람한 한강 둔치의 편의점 등 일부 건축물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둔치에 물이 들어오면 수위에 따라 건물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플로팅 하우스'(수상 부양식 건물) 방식으로 지어진 덕분이다.

재작년부터 한강 둔치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이들 플로팅 하우스는 이달 들어 두 차례나 찾아온 큰 비에도 무리 없이 물 위에 떠올라 수마(水魔)를 피했다.

한강변에만 20여 채인 부양식 건물이 불어난 물에 떠오르는 원리는 간단하다.

건물의 무게를 이길 만한 부력을 내도록 밑바닥에 밀폐된 공간을 만들어 놓고 물이 차면 부력에 의해 건물이 자동으로 뜨도록 한 것이다.

물이 차오르면 건물이 떠오르면서 지면과 분리되지만, 가장자리에 최고 높이 12m까지 지탱할 수 있는 쇠기둥을 박아 건물이 떠내려가지 않고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점도 특징이다.

과거 서울에 큰 비가 내려 한강 물이 넘치면 둔치에 있는 컨테이너식 매점은 지게차를 이용해 인근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로 옮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물이 들어차 못쓰게 되거나 서해까지 떠내려가기 일쑤였다.

이런 피해를 막으려고 서울시는 2008년 한강시민공원 내 편의점과 매점형 찻집을 부양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현재 편의점 29곳 가운데 18곳이 한강 물이 넘치면 자동으로 뜨게 돼 있다.

실제로 반포지구 한강시민공원에 있는 한 편의점은 200㎜가 넘는 폭우에다 팔당댐이 방류량을 늘려 한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간 지난 21일 침수를 피했다.

부양식으로 지어지지 않았다면 가게 천장까지 물이 차거나 불어난 물을 따라 떠내려갈 상황이었지만 한강 물 위에 2~3m가량 떠올랐다가 물이 빠지자 가라앉으며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기존 매점들은 강물이 넘치면 지게차로 옮기기 쉽게 하려고 컨테이너 하나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구멍가게 수준이었지만 부양식 건물은 공간이 넓어 실내가 쾌적해지는 효과를 덤으로 얻었다.

서울시 등은 이러한 건축 방식을 천재지변이나 저지대 등 상습 침수지역의 수해를 막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8일 "편의점이나 화장실 등 한강공원에 반드시 둬야 할 시설물은 이런 시공 방식을 적용해 건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법의 특허를 가진 해양건축업체 아이랜드 김용재(46) 대표는 "부양식 건물은 좌우로도 움직이는 기존의 수상 건물과 달리 지면에 고정된 기둥을 따라 오르내리기만 해 안정적이다"며 "건물을 지탱하는 쇠기둥을 보강하면 한강보다 유속이 빠른 지천 주변에도 부양식 건물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