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빼곤 모든 것을 만드는,뇌물스캔들로 얼룩진 거인이 깨어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영국 길거리의 작은 식료품 잡화점 업체에서 세계 3위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유럽 최대 엔지니어링기업인 독일 지멘스와 영국 할인점 업체인 테스코의 최근 턴어라운드 스토리가 주목을 끈다. 3년 전,지멘스 1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인물로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피터 로쉐와 내년 3월,14년간의 테스코 CEO 직에서 물러나는 테리 리히 회장이 턴어라운드의 주역이다.

로쉐 CEO가 처음 한 일은 선택과 집중.부임 한 달도 안돼 자동차부품 자회사인 VDO를 160억달러에 팔고,미국의 의료스캐너업체 데이드베링홀딩스를 70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가전부문에서 철수하는 대신 에너지 교통 의료 등 인프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풍력터빈도 해상용에 집중했다. 세계 해상 풍력터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분야 선도기업으로 우뚝 선 배경이다. 5년 전만 해도 지멘스는 세계 풍력터빈 시장의 5% 점유에 그쳤다. 로쉐 CEO는 또 전체 11개 부서를 3개 부문으로 줄였다.

이코노미스트는 "3년 전 3분의 1 수준이던 지멘스 시총이 지금은 경쟁사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절반 수준으로 따라붙었다"며 "유럽 중장비업계의 문제아를 개혁하려는 로쉐 CEO의 출발이 좋다"고 평가했다.

테스코는 '턴어라운드의 교과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치켜세웠다. 리히 회장이 1997년 테스코의 CEO에 오른 뒤 매출과 순익이 3배 이상 늘어날 만큼 회사 개조에 성공한 덕분이다. 지난 6월,그가 내년에 물러난다는 발표가 나오자 시총 가운데 7억5000만파운드(약 1조3600억원)가 날아갈 만큼 시장은 그를 신뢰했다.

신인 소설가의 성공,영국인의 건강,특정 농민들의 부(富)는 리히 회장이 매장에 어떤 소설책을 갖다 놓는지,자체 상표(PB) 제품에 소금 함량을 얼마만큼 줄이는지,납품업체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취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정도라고 FT는 전했다. 1980년대 초 한 브랜드컨설턴트로부터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길은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것뿐"이라는 굴욕을 당해야 했던 테스코의 변신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도 소개된 리히 회장의 턴어라운드 전략은 '고객을 알라.그리고 매장을 개선하라'이다. 그는 마케팅담당 임원 시절 당시 이안 맥로인 전 CEO와 함께 이 같은 전략을 가동했다. 1995년 소비행태 분석을 위한 클럽카드를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계산대에서 줄을 길게 서는 고객의 불편을 더는 무인 계산대를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다.

로쉐 지멘스 CEO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경쟁사인 GE에도 근무했던 외부 인사이고,리히 테스코 회장은 28세 때 테스코에 입사했다. 지멘스와 테스코의 CEO 행보는 턴어라운드의 성패가 새 CEO의 출신보다는 개혁 프로그램 자체에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