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 유럽 등 해외 '큰 손'들이 국내 미술시장에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그동안 홍콩 뉴욕 런던 파리 도쿄 경매시장이나 아트페어를 통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했지만 올 들어서는 국내 경매에서 직접 구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들은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 경매에서 주로 김환기,이우환,백남준씨 등 검증된 작가들의 수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옥션 가을 경매에 나온 이우환씨의 '점으로부터'는 시작가 6억1000만원부터 유럽과 대만 한국 컬렉터 간의 경합이 펼쳐졌다. 이들은 100만원씩 경쟁적으로 응찰가를 올리는 접전을 벌였다. 이 작품은 결국 7억1000만원에 대만 컬렉터에게 낙찰됐다. 이씨의 또 다른 작품 '바람으로부터'도 유럽 컬렉터의 전화 응찰이 몰려 2억1500만원에 팔렸다.

이는 이우환미술관이 지난 6월 일본 나오시마에 공식 개관된 데 이어 내년 6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준비 등에 힘입어 이씨의 작품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환기씨의 점화 '2-V-69 #53 Sky 2' 역시 최근 K옥션 경매에서 전화로 응찰한 중국인이 3억3000만원에 구입,세계 미술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 컬렉터들의 관심이 국내시장에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백남준씨의 작품도 해외 컬렉터들의 투자 대상이다. 다만 수작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데다 위작에 대한 우려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유럽과 아시아의 컬렉터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는 뭘까.

국내 미술품 투자자들이 내년부터 6000만원 이상 미술품의 양도차익 과세에 따른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틈을 타고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인들이 비교적 싼 값에 나온 대가들의 작품을 경쟁적으로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술시장의 장기 침체로 작품값이 바닥을 친 만큼 조만간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 해외 컬렉터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고,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최근 경매에서 유럽,아시아 고객들의 경합이 이어진 것은 해외 컬렉터들이 매수자의 한 축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시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일부 스타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외국 투자자들의 매기가 몰리면서 미술시장의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뉴욕 크리스티의 경매에서는 고종 황제의 50세 생일 성찬을 기록한 '진연도'가 추정가(30만~35만달러)보다 3배 높은 84만2500달러(약 9억8000만원)에 팔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