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3개 경제단체가 한국노총 전임자 임금을 마련하기 위해 산하 대기업을 대상으로 100억여원 규모의 기금을 걷으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기업들이 "노조 전임자에게 줄 돈을 왜 우리가 부담하느냐"며 반발한 데다 지난 7월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경총 관계자는 15일 "노사협력 차원에서 다른 경제단체와 공동으로 협력기금을 조성한 뒤 한국노총에 주는 방안을 검토하다 최근 전면 중단했다"며 "건전한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려는 순수한 의도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노사정위원회에 성실하게 참여해 온 한국노총은 경제적 자립기반이 약하다"며 "한국노총을 지원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기금 출연을 요청했던 것은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제도가 시행된 후 한국노총 전임자 100여명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은 각 산하기업 조합원들로부터 별도 회비를 받지 않고 있어 인건비로 쓸 돈이 없다는 게 경총 설명이다. 경제단체들이 추진했던 한국노총 후원기금은 경총 54억5000만원,전경련 37억원,대한상의 11억5000만원 등 총 103억원 규모였다.

특히 작년 말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경총과의 갈등 끝에 스스로 회원자격을 반납했던 현대자동차에도 기금 출연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자사 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이란 점을 들어 한국노총 전임자 임금 지급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노조 전임자 임금을 기업이 편법으로 대주는 것은 타임오프 취지를 부정하는 꼴"이라며 "노조는 수익사업을 벌이거나 조합비를 올려 인건비를 충당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