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스팩이 유망 중소기업을 합병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차익을 겨냥해 지분 5% 이상을 투자하는 기관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유일하게 스팩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운용 중인 동부자산운용은 지난 9일 '동부밸류오션스팩' 지분을 9.69%(47만주)에서 10.70%(52만주)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앞서 8일에도 '대우증권그린코리아 스팩'의 지분을 5.30%(143만주)에서 2.12%(57만주)포인트 늘렸다고 발표했다.

사학연금도 스팩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사학연금은 지난 3일 '교보케이티비스팩'을 7.00%(47만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사학연금이 최근 3년 동안 특정 종목의 지분을 대량 보유했다고 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목 중에서는 그린카 관련 사업으로 특화한 'HMC아이비제1호 스팩'이 기관들 사이에서 인기가 가장 높았다. 한국종합캐피탈이 지난 7일 5.03%(65만주) 보유사실을 처음 알렸으며,동부운용도 같은 날 5.30%(143만주)이던 지분을 7.42%(200만주)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스팩을 사들이는 있는 이유는 투자금액을 대부분 현금으로 예치하기 때문에 기업 인수 · 합병(M&A)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손실 가능성은 매우 적은 반면 합병 성사에 따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운용 관계자는 "M&A에 실패하더라도 현금 예치율이 95~100%에 달해 손실 가능성이 적다는 게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관들로선 가장 매력적"이라며 "증권사들은 초기 스팩을 최대한 성공시키려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기관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스팩 주가는 최근 우회상장 규제에 대한 악재 등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1호 스팩'이 이날 3.70%(80원) 떨어진 2080원에 마감한 것을 비롯 '대우증권그린코리아 스팩'(-3.09%) 'HMC아이비제1호 스팩' (-2.10%) '이트레이드1호 스팩'(-1.25%) 등도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봉원길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스팩도 일종의 우회상장인데 최근 우회상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스팩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올 연말 실제 합병을 통해 상장되는 첫 사례가 나오면 스팩시장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