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스태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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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는 총수요 증가 때문에 발생하는 '수요견인형'도 있지만, '비용추상형'처럼 생산비용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비용추상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면 총수요가 감소하므로 생산과 고용도 함께 감소한다. 물가가 오르는 고통에 더하여 실업률까지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물가가 오르면 실업이 감소하는 필립스곡선은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에 국한된다. '비용추상형'에서는 물가가 오르면서 경제도 침체하고 실업도 늘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나타난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아랍 산유국들은 새로운 결속을 다짐하고 1973년 전격적으로 석유 생산 감축에 합의해 원유가격을 단숨에 4배로 인상시켰으니,이 사태가 제1차 석유파동이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은 일제히 유가 상승이 주도한 '비용추상 인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고유가가 유발한 고물가는 총수요를 위축시켰고 세계경제는 전례 없는 본격적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총수요 관리 정책으로 다스리려고 하면 필립스곡선의 특성에 따라 물가와 실업 가운데 어느 하나는 더욱 더 악화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총수요 관리보다는 유가 상승 효과를 상쇄시키는 정책이 더 바람직하다. '공급측 경제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처방으로 비용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 조세감면을 내세웠는데,현실에서 나타난 감세정책의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고유가가 유발하는 비용상승 효과를 상쇄해야 한다는 원리는 옳지만 이 원리를 실현하는 정책은 아직도 개발해내지 못한 상태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총수요가 감소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물가가 하락하지 않고 대신 생산과 고용만 줄지만,총수요 부족이 지속되면 물가도 결국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물가하락이 총수요의 확대를 불러온다면 거시경제는 다시 균형을 회복하겠으나,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 사정이 다르다. 소비자들은 좀 더 기다렸다가 구입하려 하고 기업들도 투자를 유보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물가가 더욱 하락하는 것이다. 물가하락이 총수요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위축시키는 '수축악순환 (deflationary spiral)'으로 악화한다.
'수축악순환'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도산을 유발하면서 결국 은행까지 부실화시키므로 신속한 재정지출 확대와 통화공급 증대로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과 은행의 부실화로 주식 등 자산가치가 폭락하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확대된 통화공급을 모두 빨아들인다. 나라경제는 지급 수단으로서의 화폐는 항상 부족한 '유동성 함정'에 빠진 채 총수요 위축은 풀리지 않고 디플레이션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디플레이션의 해독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아랍 산유국들은 새로운 결속을 다짐하고 1973년 전격적으로 석유 생산 감축에 합의해 원유가격을 단숨에 4배로 인상시켰으니,이 사태가 제1차 석유파동이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은 일제히 유가 상승이 주도한 '비용추상 인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고유가가 유발한 고물가는 총수요를 위축시켰고 세계경제는 전례 없는 본격적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총수요 관리 정책으로 다스리려고 하면 필립스곡선의 특성에 따라 물가와 실업 가운데 어느 하나는 더욱 더 악화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총수요 관리보다는 유가 상승 효과를 상쇄시키는 정책이 더 바람직하다. '공급측 경제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처방으로 비용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 조세감면을 내세웠는데,현실에서 나타난 감세정책의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고유가가 유발하는 비용상승 효과를 상쇄해야 한다는 원리는 옳지만 이 원리를 실현하는 정책은 아직도 개발해내지 못한 상태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총수요가 감소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물가가 하락하지 않고 대신 생산과 고용만 줄지만,총수요 부족이 지속되면 물가도 결국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물가하락이 총수요의 확대를 불러온다면 거시경제는 다시 균형을 회복하겠으나,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 사정이 다르다. 소비자들은 좀 더 기다렸다가 구입하려 하고 기업들도 투자를 유보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물가가 더욱 하락하는 것이다. 물가하락이 총수요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위축시키는 '수축악순환 (deflationary spiral)'으로 악화한다.
'수축악순환'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도산을 유발하면서 결국 은행까지 부실화시키므로 신속한 재정지출 확대와 통화공급 증대로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과 은행의 부실화로 주식 등 자산가치가 폭락하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확대된 통화공급을 모두 빨아들인다. 나라경제는 지급 수단으로서의 화폐는 항상 부족한 '유동성 함정'에 빠진 채 총수요 위축은 풀리지 않고 디플레이션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디플레이션의 해독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