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외국보다 비싼 가격으로 일본 소비자를 공략하는 ‘재팬 프리미엄’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엔화가치가 뛰면서 수입가격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온라인쇼핑몰 사이에서 해외 명품을 50% 이상 싸게 판매하는 ‘엔타카(엔고)’ 세일이 유행하면서 이들 명품업체의 콧대가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야후재팬의 쇼핑사이트는 지난달 말 엔고를 반영해 각종 수입명품 가격의 반 값 정도에 골프채와 핸드백 등을 파는 세일을 실시했다.미국의 핸드백 브랜드 코치의 줄무늬 토트백이 얼마 전까지 6만3000엔(88만5000원)이었으나 이번 세일에선 2만5800엔(36만2000원)에 판매됐다.가격 할인 덕에 지난달 22∼28일 야후재팬의 쇼핑사이트에서 이뤄진 명품 매출은 7월 같은 기간보다 5배 급증했다.온라인쇼핑몰 ‘라쿠텐 이치바’의 지난달 명품시계 매출도 전달 대비 45% 늘었다.온라인쇼핑몰의 명품은 병행수입된 것이 많다.

일본에서 온라인쇼핑몰의 명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일본인들의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WSJ는 분석했다.브라이언 살스버그 맥킨지 컨설턴트는 “일본의 경제 상황 때문에 명품업체들이 예전처럼 일본 특수를 누리기 힘들 것”이라며 “인터넷에 명품 가격이 공개되고 병행수입이 느는 등 가격 거품이 줄고 유통 투명성이 높아진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거품의 정점이었던 1980년대 일본 중산층은 명품에 열광했고 샤넬과 루이비통은 도쿄에 대규모 직영점을 열었다.그러나 경기 둔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일본의 명품 수입 규모는 전년보다 16% 감소한 99억4000만달러에 그쳤다.명품 판매가 정점을 이룬 1996년의 절반 수준이다.명품업계의 일본 내 가격 책정이 과도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도 판매 위축에 일조했다.

온라인쇼핑몰이 엔고에 맞춰 명품 가격 인하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명품회사들은 환율 동향에 따라 정가를 낮출 의향은 없다고 못박고 있다.실제로 코치는 일본에서 5만9850엔(710달러)의 가격표를 붙인 크리스틴 가죽 핸드백을 미국에서는 반값도 안되는 298달러에 팔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