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의 부실한 스트레스 테스트와 프랑스 영국 등에서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파업까지 발생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유럽발 위기가 다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91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일부 은행들이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보유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럽 은행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랑스와 영국에서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파업이 일어나 불안감을 더 키웠다. 7월 독일 수출도 3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다시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나

자금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금값이 치솟았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일 거래된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1259.3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가인 지난 6월18일의 온스당 1258.30달러를 넘어섰다.

현물시장인 런던 금 시장에서도 이날 금값은 온스당 1256.7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6월28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261달러에 거의 육박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계속 이어지면서 금값이 올해 온스당 1300달러,내년에는 15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불안이 확산될 때마다 강세를 보여온 엔화 가치도 연일 치솟고 있다. 이날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의회에 출석해 "필요하다면 외환시장 개입을 비롯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 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엔고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엔고에 브레이크를 걸지는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3.80엔으로 마감됐던 엔화 가치는 8일 한때 83.34엔까지 올랐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30일 30조엔(약 42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데 이어 적극적인 시장개입까지 시사했지만 대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중국이 7월 한 달 동안 5830억엔(약 9억6000만달러)어치 일본 채권을 매수했다는 소식도 엔화가치 상승을 부추겼다.

일각에선 달러당 엔화 가치가 조만간 80엔대를 뚫을 것이라는 비관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시라카와 히로미치 크레디트스위스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은행이 0.1%인 정책금리를 제로(0)%로 낮추거나,장기국채를 매입하는 등의 과감한 금융완화책을 기대했다"며 "정부가 선거를 이유로 시장을 이대로 방치하면 사상 최고치(달러당 79.75엔)까지 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는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하락했다. 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51센트(0.7%) 내린 배럴당 74.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선물시장의 10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29센트 내린 배럴당 77.17달러에 거래됐다.

◆여전히 엇갈리는 경제 전망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경제 동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트 호간 제퍼리 마켓애널리스트는 "스트레스 테스트 외에도 EU와 스위스 등의 은행 규제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오릴리 콜링우드그룹 사장도 "스트레스 테스트의 부실 문제는 계속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유럽 당국이 좀 더 투명한 수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8일 기준금리를 종전 0.75%에서 1%로,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한동안 당초 기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불확실한 경제전망을 고려해 추가적인 통화긴축엔 신중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태완/장성호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