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에서 뛰는 이승엽(34)이 1군 복귀 3일 만에 다시 2군으로 추락하면서 사실상 소속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결별 절차를 밟고 있어 앞으로 거취가 관심을 끈다.

지난 3일 74일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이승엽은 세 경기에서 5타수 1안타를 치는 데 그치고 곧장 짐을 쌌다.

주니치와 주말 3연전을 앞두고 팀을 1위로 끌어올려 줄 '해결사'의 특명을 받고 올라왔지만 기대처럼 장타를 가동하지 못했고, 팀이 3연패를 당해 오히려 센트럴리그 3위로 추락하면서 다시 2군으로 쫓겨난 것이다.

시즌 막바지에 주어진 기회마저 살리지 못하면서 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

이승엽은 올해 주 포지션이었던 1루에 막강한 경쟁자 다카하시 요시노부(35)가 돌아오면서 팀 내에서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5일까지 51경기에 주로 대타로 교체 출장하면서 홈런 5개를 치고 타율 0.174(86타수 15안타)의 저조한 성적만을 남겼다.

최근에는 2군에서도 1루수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대타로 주로 나서는 등 푸대접을 받았다.

올해로 4년 계약이 끝나는 이승엽을 요미우리가 다시 붙잡을 가능성은 극히 작은 만큼, 요미우리와 인연도 이것으로 끝이 날 전망이다.

이승엽으로서도 요미우리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이적 첫해인 2006년 단숨에 4번 타자를 꿰차고 143경기에 출장, 타율 0.323을 때리고 41홈런에 108타점을 올리는 등 단숨에 센트럴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했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까지는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이후 연거푸 2할5푼에 미치지 못하는 타율을 기록하며 경쟁에서 밀려났다.

잦은 부상을 겪으며 기량이 쇠퇴한 탓도 있지만, 요미우리의 조급한 선수 운용 방식도 성적 하락을 부채질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줬듯이 부진을 거듭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한 방을 때려 줬던 이승엽의 '해결사 본능'은 기다릴 줄 모르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용병술 앞에서 힘을 잃었다.

하라 감독은 이번에 이승엽을 1군에 불러올릴 때도 "팀의 부족한 곳을 보충하려 한다"고 기대를 전하더니 첫 경기에 무안타로 부진하자 바로 태도를 바꿔 대타 요원으로 돌리는 등 끝까지 이승엽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기다릴 줄 모르는 구단에서 여러 명의 스타 선수와 부담스런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요미우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일단 이승엽은 일본에 머물며 다른 구단으로 이적을 모색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승엽 자신이 이미 지난 수년 동안 누누이 "일본에서 먼저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고 말해 온데다, 최근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뤄가는 친정팀 삼성의 선동열 감독까지 최근 '이승엽이 설 자리가 크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남겨 한국 복귀도 쉽지 않다.

최근 기량이 쇠퇴했다고는 해도 장타력을 갖추고 있기에 중심 타선이 약한 중·하위권 일본 구단들에 이승엽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수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승엽이 2군에서 오랜 침묵을 지키던 7월에는 일본 언론에서 "야쿠르트 구단이 이승엽 영입에 관심을 둔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이승엽이 시장에 나온다면 외면받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한신, 요코하마 등 구단들도 이승엽이 '거포 본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새 둥지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연봉 6억엔(한화 84억원)에 이르는 몸값을 얼마까지 낮출 수 있느냐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이 새로운 팀에 합류해 자신을 버린 요미우리를 향해 다시 복수의 대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