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을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18억원을 들여 제작한 창작 퓨전사극 뮤지컬 '피맛골 연가'가 지난 주말 호평을 받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서출 김생과 부활한 양반가문 규수 홍랑의 사랑 얘기가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며 대중성을 확보한데다 앙상블과 춤,스토리 진행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17세기 한성(서울)의 피맛골은 고관대작들의 말이나 가마 행렬을 피해 서민들이 다니던 길이다. '피맛골 연가'는 양반과 서출,노비 등이 이곳에서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절하게 표현했다.

1막 무대는 전통적인 초가 · 기와집으로 꾸며 사실감을 더했다. 배우들의 창법과 연주에도 전통적인 색채가 진하게 묻어난다. 해금과 피리,태평소,가야금이 가미된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고증을 통해 재현된 유가행렬이 흥을 돋운다. 2막에선 김생이 영험한 능력을 가진 행매(살구나무의 혼)의 도움으로 300년을 뛰어넘어 환상의 세계로 이끌려가는 색다른 반전이 기다린다. 유쾌한 웃음과 화려한 춤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흥행 공식을 잘 접목했다는 평.

'모차르트' 등에 출연했던 뮤지컬 배우 박은태(김생)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세밀한 연기가 돋보인다. 여주인공 조정은(홍랑),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양희경(행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공연 내내 외국인을 위한 영어자막이 제공된다.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2만~5만원.(02)399-1114~6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