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전 신한은행장)의 부당 대출 및 횡령 의혹에 대해 3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신한은행 창립 멤버인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날 긴급 모임을 갖고 "검찰에서 신 사장의 유죄 여부가 결론나기 전까지는 이사회에서 해임 여부를 의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결의서를 채택했다.

은행 노조도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전에 이사회를 연다면 물리적으로 저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언제 열릴지,열린다면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될지가 신한지주 내홍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이날 오전 긴급히 일본 오사카로 가 주주 설득에 나섰다.

◆재일교포 주주들,해임안 반대

신한지주는 당초 7일 이사회를 소집해 신 사장에 대한 해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사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사들이 선뜻 해임안에 찬성할지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재일교포 주주 12명이 이날 오전 오사카에서 긴급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모임 후 "검찰에서 유죄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신 사장의 해임 여부를 의결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신한지주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4명이 모두 동의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결의문을 신한지주에 전달키로 했다.

모임에 참석한 양용웅 본국투자협회 회장은 "갑작스러운 사건에 주주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검찰에서 결론을 내리기 전에는 이사회에 해임 안건을 상정해서는 곤란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주주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최종태 재일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아무런 사전 절차도 없이 불쑥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는 방법은 분명 잘못됐다"며 "특정인에 대한 친소관계를 떠나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경우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반대할 것이라는 의미"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반드시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이날 재일교포 주주모임에서 은행 측 입장을 설명하려 했으나 주주들의 반대로 참석하지 못했다.

◆해임안 통과될까

재일교포 주주들이 이처럼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신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릴 것인지,열린다면 해임안이 통과될 것인지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해임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려면 12명의 사외이사 중 과반수가 참석하고 참석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신한지주 이사회는 라응찬 회장,신 사장,이 행장,류시열 비상근 이사 등 회사 측 4명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학계에서 전성빈 서강대 경영대학장,윤계섭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가 있고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리테일 부문 본부장(주요 주주인 BNP파리바 대리인),그리고 4명의 재일교포 주주 등이 사외이사다.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해임안이 통과되려면 7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재일교포 이사 4명은 해임안을 상정할 경우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사자인 신 사장도 반대할 게 분명하다. 나머지 사외이사 중 한명이라도 해임안에 반대한다면 해임안은 부결된다.

◆노조 "절차 잘못됐다" 은행 "동요말라"

신한은행 노조는 이날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신 사장을 해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권력 투쟁"이라며 "어느 한쪽을 편들 생각은 전혀 없지만 검찰 수사 결과 발표까지는 기다리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확정되면 신 사장을 해임하면 된다"며 "하지만 만약 무혐의로 결론나면 이 행장 등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은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행장은 이날 전 직원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민원에서 제기된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고 재판 결과가 나오면 선이 그어질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고소할 사건이 아닌데도 고소했다면 행장뿐 아니라 지주사 전체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며 "특별검사를 받게 되거나 여러가지 안 좋은 소문에 시달릴 바에야 차라리 은행이 먼저 고소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착수

서울중앙지검은 신한은행이 낸 신 사장을 비롯한 은행 임직원 등 7명에 대한 고소장을 살펴보고 금융조세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통상적인 고소 사건은 형사부에서 처리할 수도 있지만 전임 은행장이 연루된 거액의 배임과 횡령 의혹 사건인 만큼 금융 사건을 전담하는 금조부에서 수사하는 것이 낫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고소장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르면 다음 주 신한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고소 취지를 들어보고 신 사장 등 피고소인들의 혐의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받을 방침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