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두만강 유역에 '초(超)국경 경제협력특구'를 만들어 다국적 자본 유치에 나섬에 따라 기존의 창지투(창춘 · 지린 · 투먼)선도구 개발사업과 함께 북 · 중 경협이 좀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지난달 방중 이후 예고된 중국의 북한 경제지원도 이른 시일 내에 가시화될 수 있다. 중국으로서도 낙후된 동북지역 개발을 위해 북한의 접경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실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한국 일본 미국 등 다국적 자본을 유치함으로써 북한을 중국의 동북4성으로 만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도 중국이 초국경 경제특구 카드를 꺼낸 배경이다.


◆북한 끌어안는 중국

중국이 두만강 유역에 초국경 경제특구 설립을 제안한 것은 최근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분석된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중국의 창지투 지역인 창춘 지린 투먼 등 동북지역 일대만을 돌며 동북지역과 북한 간 실질적인 경협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양국이) 접경하고 있는 성(省)과 도(道)의 우호 교류 합작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초국경 경제특구는 중국의 창지투와 북한의 나진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북 · 중 경협벨트를 구축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두만강에 상하이 푸둥의 기적을 만든다

"중국은 창지투 선도구를 상하이 푸둥개발에 버금가는 중국 성장의 축으로 키우려 한다"(김동진 전 포스코중국지주회사 사장)는 평가처럼 창지투 선도구 개발사업은 창춘과 지린,옌볜조선족자치주의 두만강유역을 중국의 신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난해 11월 국무원(중앙정부)으로부터 국가사업으로 승인받았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2020억위안(약 3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낙후된 동북지역을 진흥시키기 위한 정책의 핵심 프로젝트로 이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창지투 선도구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북한을 통한 동해 뱃길 확보가 선결 과제다. 러시아와 북한에 가로막혀 해상 진출이 봉쇄된 이 지역이 물류거점으로 거듭나고 생산품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상하이와 해외로 실어 나르려면 북한 항구를 이용한 해상항로 개척이 필요하다. 중국이 민간기업을 통해 2008년 나진항 부두사용권을 따낸 데 이어 최근 청진항 임대권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북 · 중 간 이견으로 창지투 관련 경협사업 진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의 훈춘과 나진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통행료 징수액 배분을 둘러싼 북 · 중 간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초국경 경제특구는 이 같은 걸림돌을 제거하고 중국자본은 물론 한국 일본 등 다국적 자본까지 유치함으로써 선전과 상하이 톈진을 잇는 중국식 개혁개방특구를 동북지역에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동북 4성 비난 비껴가기

북 · 중 경협은 북한을 중국의 또 다른 경제영토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동북3성(헤이룽장 지린 랴오닝)에 이어 성(省)이 하나 추가된다는 것이다. 중국자본이 북한 자원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와 무관치 않다. 초국경 경제특구는 이 같은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창지투 선도구 사업을 위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가 창지투 인프라 사업에 참여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초국경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가 중요하다. 북한은 유엔의 지원을 받아 1990년대 초 나진 · 선봉을 국제적인 경제특구로 지정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체제 안정이 생명인 북한으로선 개방에 따른 내부변화에 늘 부담을 느껴왔다.

오광진/김태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