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정부가 여러차례 예고했던 '물가안정 대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매우 컸다. 채소 과일 생선 등 생활물가(신선식품지수)가 지난달 20%나 급등하는 등 식탁물가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을 보기가 무섭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추석을 위한 단기 대책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장기적인 구조개선 대책마저 눈여겨 볼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안정 방안으로 제시한 진입규제 완화,유통구조 효율화,가격공개 대상 확대,의약품 리베이트 관행 폐지 등은 이미 각 부처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기존 정책들을 모아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는 것 같다"며 "(발표 현장에) 자리를 채우라고 해서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정부는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들이 물가로 고통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한 이후 물가안정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당시 재정부는 부처 협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유통구조 개선 방안 등을 넣겠다고 발표했다. 개선안을 실제로 만들어야 하는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들이 "발표를 보고 그런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두 부처 관계자들은 "구조적인 대책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기한에 쫓겨 만들다보니 알맹이가 없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재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향후 경기 회복과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를 향후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대책을 세심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