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멈춰서고 곳곳서 정전사태..낙과 피해 속출

제7호 태풍 '곤파스'가 2일 오전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에 전기가 끊기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출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직격탄을 맞은 경기지역에서는 인명피해가 잇따랐고, 서해안 농가에서는 낙과 등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소방방재청은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초ㆍ중학교의 등교시간을 평소보다 2시간 늦추고 유치원은 하루 휴업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6시35분 강화도 남단 지역에 상륙한 곤파스는 오전 9시 현재 중심기압 990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24m, 강풍반경 150km의 소형급이며, 시속 23km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전 8시 태풍의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27m로 강도가 '강'이었지만 현재 '약'으로 떨어졌다"며 "육상에서는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해 세력이 더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곤파스는 강원 지역을 지나 이날 오전 11시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곳곳서 전철 운행중단..혼잡 극심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경부선 7곳을 비롯해 안산선, 경인선, 중앙선, 경원선, 공항철도 각 1곳 등 모두 12곳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거나 지연됐다.

노선별로는 ▲경부선 병점∼진위, 구로~가산디지털, 용산∼남영, 서울∼구로 ▲안산선-안산∼오이도 ▲경인선 구로∼부개 ▲중앙선 회기∼용문 ▲경원선 용산∼의정부 등이다.

특히 수도권 서울∼DMC, 서울∼천안, 구로∼인천, 청량리∼소요산, 산본∼오이도 등 5개 구간에서는 전동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돼 출근길 수도권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는 대부분 강풍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이 끊어지거나 방음벽이 철로 등으로 넘어지면서 발생했다.

코레일은 사고가 나자 긴급 복구반을 투입, 오전 7시45분께 KTX 등 일반열차와 대부분 전동열차의 운행을 재개했으나 경인선 구로∼인천 구간은 아직도 열차운행이 중단되고 있다.

경인선에서는 이날 오전 오류동역∼온수역 사이에 대형 천막이 외부에서 날아와 전차선 상단을 덮쳤다.

코레일은 현재 천막 제거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천 제물포역 관계자는 "시민 30여명이 역에 나왔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다.

복구가 언제 되느냐는 문의 전화도 쉴 틈 없이 쏟아졌다"며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1분마다 내보내고 직원들도 출구에서 승객들을 막았다"고 전했다.

경기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면서 그 여파로 1번 국도 안양-광명 구간과 외곽순환고속도로 성남-시흥 구간 등 수도권 출근길이 큰 혼잡을 빚었다"며 "시내 구간도 신호등이 꺼지며 도심 정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지하철 운행 중단 구간인 구로역과 가리봉역, 사당역 등 주요 지점에 예비 시내버스 등 가용차량 270대를 배치해 인천이나 수원 등 경기 지역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을 서울역 등 시내까지 실어날랐다.

◇경기남부 8만가구 정전..하늘길도 끊겨
한국전력 경기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현재 화성과 평택, 안산, 오산, 수원 등 경기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모두 278개 배전선로에서 이상이 신고됐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80%가량의 선로를 복구했고, 나머지 20%의 노선은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나 강한 바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전선로 사고로 8만여가구의 주택과 기업체 등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안산 반월.시화산업단지 내 일부 기업체에도 이날 새벽부터 전기 공급이 중단돼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반원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는 가로수 10여 그루가 쓰러져 왕복 4차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우회했고, 종로구 삼청터널 인근에서는 뽑힌 나무가 차로를 막아 정체를 빚었다.

성산대교 북단 방향에선 철제 가로등이 쓰러져 출근길 혼잡이 빚어졌다.

하늘길도 끊겨 이날 오전 9시까지 김포공항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할 예정이었던 국내선 항공기 56편 전 노선이 결항했다.

◇인명피해에 과수 낙과도 속출
오전 6시30분께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까치마을 S아파트 109동 앞길을 지나던 주민 현모(37)씨가 강풍에 부러진 가로수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앞서 오전 6시20분께는 부천시 원미구 상동 앞길을 지나던 서모(38)씨가 강풍에 날아온 이모(54.여)씨의 포장마차 지붕에 맞아 머리와 왼쪽 다리를 다쳤다.

농작물 피해도 속출해 전남도의 경우 나주 10.7ha, 함평 6.14ha, 구례 5ha, 강진 4ha 등 25.86ha의 벼가 쓰러졌다.

영암군 학산면의 비닐하우스 1동은 완파됐고 영암 신북과 함평의 비닐하우스 36동은 비닐피복이 훼손되는 등 강풍 피해를 당했다.

영암 신북 금수리의 배 과수원에서는 200ha 중 약 20%에서 배가 바람에 떨어졌고 나주 문평.왕곡.금천의 배 재배지 18.5ha의 10% 정도도 낙과 피해를 당했다.

◇초.중 등교시간 2시간 연기..유치원 휴원
교육과학기술부와 소방방재청은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초ㆍ중학교의 등교시간을 평소보다 2시간 늦췄다.

교과부 이규석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강풍,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돼 등교시간을 연기하기로 오늘 새벽 긴급히 결정했다"며 "각 시도 교육청의 비상연락망을 통해 관내 학교에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일단 초ㆍ중학교만 등교시간을 연기하라고 지시했으며, 고등학교의 경우 이날이 고3 수능 모의평가일이어서 학교장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시작되는 수능 모의평가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공사립 유치원은 이날 하루 휴업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