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반짝 회복한 후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더블딥’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주택경기 붕괴를 예측했던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더블딥 가능성이 50%가 넘는다고 내다봤다.금융위기를 쪽집게처럼 맞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그 확률이 40%라고 점쳤다.

이처럼 다시 비관론이 팽배해진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봐야 할 5가지 이유’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가파른 회복은 아니지만 완만하고 안정적인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WP는 조목조목 분석했다.저축률,자금시장,제조업,주택,무역 5가지 부문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먼저 미국의 저축률(아직 지출하지 않은 가처분 소득의 비율)은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2.7%에서 지난 7월 5.9%로 높아졌다.그동안 불안해 지출하지 않은 결과이나 앞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실탄이 마련된 것이다.

WP는 자금시장에서 기업과 가계 대출도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상당수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아직 빡빡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완화하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대출조건 강화나 완화로 인한 효과는 몇달이 지난 뒤 나타난다.금융위기 전인 2007년 여름부터 은행들이 대출조건을 조이기 시작했지만 경기 침체는 그해 연말 이후에나 시작됐다.

제조업 역시 지표가 나쁘지 않다.지난 7월 산업생산이 1% 늘어났으며 8월 제조업지수는 55.5에서 56.3으로 상승했다.50 이상은 경기 확장 국면을 가리킨다.자동차 소비를 예로 들면 2005년 중반 2000만대 이상이던 때보다는 적지만 미국인들은 한해에 평균 약 1160만대를 구입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구매대수가 평균 1300∼1500만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그 만큼 자동차업체와 관련 업체들이 생산을 늘릴 여지가 많다.

지난 7월 기존 및 신축 주택 판매 규모가 급감한 탓에 주택부문은 낙관적으로 볼 이유가 많지 않다.그러나 희망적인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7월 건축업체들은 54만6000채(연율 기준)를 신규로 착공했지만 이는 인구 성장에 따라 필요한 130만채 수준을 훨씬 밑돈다.주택경기 거품 당시에 지어놨던 과잉물량을 빠른 속도로 털어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신규 착공 주택 규모는 2006년 230만채에서 2009년 47만7000채로 급감하면서 경제를 크게 후퇴시켰다.향후 54만6000채에서 더 줄어들 수 있겠지만 주택경기 붕괴 때와 같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단단히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WP는 관측했다.

무역부문은 어떨까.최근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난 것은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의 수출 감소와 스마트폰 등 아시아산 소비제품의 수입이 증가한 영향일 수 있다.다만 다른 국가들의 경제가 미국 경제에 비해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국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 경제 성장을 부추길 수 있다고 WP는 해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