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 간부 10여명은 지난 7월 말 서울 양재동 현대 · 기아차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노숙 투쟁을 시작했다. 전임자 임금 문제를 포함한 단체교섭에 사측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있던 노조는 8월 초 여름 단체휴가를 마친 뒤 파업 수순을 밟겠다고 공언했다. 기아차가 20년 연속 파업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노사 대치 상황에서 기류를 바꾼 것은 사측의 '강공'이었다. 사측은 지난달 1일 전임자 204명에 대해 무급 휴직처리하고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전임자 차량과 숙소까지 환수했다. 같은 달 10일엔 전임자 전원에 대해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와 관련,전임자 수를 21명으로 줄여야 하는데 노조와 합의하지 못해서다. 월급을 받지 못하자 노조 간부 중 이탈자가 속출했다. 현업에 복귀한 전임자가 50여명에 달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달 11일 협상 테이블에 앉은 지 20일 만에 임단협을 전격 타결했다. 협상의 쟁점은 두 가지였다. 임금 및 복지 수준이 만족할 수준인가,또 타임오프 접점을 찾을 수 있는가였다.

임금 및 복지 합의안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다. 조합원 임금이나 복지보다 정치 투쟁을 앞세워 온 현장조직 '노동해방선봉대'조차 소식지를 통해 "돈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로 성과급이 많다는 평가였다.

또 다른 쟁점인 타임오프 합의안 역시 의외로 쉽게 타결됐다. 노사 모두 법 자체를 무시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번에 신설한 수당을 조합 회비로 전용해 전임자 수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노조 관계자는 "별도 수익사업도 벌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측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21명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조합 회비를 올려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정서는 이와 다르다. 기아차의 한 직원은 "1인당 9000원 정도의 수당 인상분을 조합비로 활용하겠다는 집행부 구상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